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가정의 청지기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신 후에 맨 처음으로 하신 일이 가정제도를 제정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기관과 제도가 있지만, 하나님이 친히 제정하신 기관과 제도는 가정과 교회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정과 교회는 신성한 곳입니다. 어떤 목사님은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표어를 해마다 바꾸지 않고 고집스럽게 한 가지만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회는 큰 가정, 가정은 작은 교회’라는 표어입니다. 교회와 가정은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와 가정은 하나님께서 특별히 귀하게 여기신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습니다.

가정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단위입니다. 우리 몸의 가장 작은 구성요소인 세포가 건강해야 온 몸이 건강하듯이 가정이 건강해야만 사회와 국가가 건강해질 수 있으며, 나아가 온 세계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가정이 건강하려면 ‘가족의 가치’(family values)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가족의 가치가 경시되면 가정이 병들게 되고, 가정이 병들면 사회도 국가도 세계도 덩달아 병이 들고 맙니다. 그런데 참으로 불행한 것은 점차 가정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마일리지 적립을 하다 보니 United Airline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언젠가 비행기 안에서 음료수와 함께 종이 냅킨을 주는데 거기에 이런 글귀가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고 메모해둔 적이 있습니다. “Planes change. Values don't. Your priorities will always be ours."(비행기는 세월 따라 바뀌지만 가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의 우선순위는 항상 우리의 우선순위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월 풍조는 나날이 바뀌어도 가족의 가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로 바뀔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명저인 『제3의 물결』(The Third Wave)과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라는 책에서 가정해체 내재는 가족해체를 예견한 바 있는데,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그의 예견이 우리 눈앞에 엄연한 현실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정보의 홍수로 인해 여러 가지 충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가정해체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한 시험관 아기의 출생, 성도덕의 파괴로 인한 시리즈 결혼이나 계약결혼의 유행, 독신주의와 일부다처제의 등장, 동성결혼의 합법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가족 간 혈연적인 유대의 경시 풍조 등입니다.

불과 며칠 전 4월 30일에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대리모를 통해 득남한 사실을 공개하며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그는 2012년에 커밍아웃한 동성연애자입니다. 이제 동성연애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입양하거나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갖는 풍조가 만연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동성애 부부가 소수이니까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누적이 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가정제도가 왜곡되거나 와해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것이 결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런 지경에 다다르면 하나님은 당신의 섭리적인 역사로 어떤 식으로든 인류에게 재앙을 내리실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기독교 신앙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습니다. 소위 ‘정치적 옳음’(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탈을 쓰고 성소수자들의 인권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들이 훼손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의 인권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칫 왜곡된 방향으로 치닫게 되면 사회에 득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미국 땅은 우리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풍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녀들이 오염된 공기를 마시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크리스천들은 우리 자녀들이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자식농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농사 중에 가장 어려운 농사가 자식농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께서 하신 말씀이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 세 가지가 있는데, 마누라가 내 맘대로 안 되고, 골프 공 홀컵에 집어넣는 게 내 맘대로 안 되고, 자식이 내 맘대로 안 되더라.”

성경도 자식농사가 녹록치 않다는 사례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믿음의 성군인 다윗의 자녀들 중에는 압살롬과 같은 패륜아가 있었고, 이스라엘 역사에서 선한 왕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는 천하에 극악무도한 왕이었으며, 다윗 왕조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사무엘 선지자의 자식들은 사사였음에도 뇌물을 받고 재판을 굽게 하며 부정을 일삼았던 탐관오리였습니다. 그래서 “제 자식 가진 자 남의 자식 탓 못 한다“는 속담도 나온 모양입니다. 남의 자식이 하는 짓이 눈에 거슬려 한 바탕 욕을 퍼붓고 돌아섰더니 제 자식이 똑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일차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자녀들도 자녀로서 마땅히 할 도리를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래 의도하셨던 대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물질과 시간에 대해서만 청지기 직분을 수행할 게 아니라 가정에 대해서도 청지기 직분을 잘 감당해야 합니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 했으니 정성을 다해 성실하게 가정을 가꾸고 또 지켜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입니다.

(시편 127: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헛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