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6.25전쟁의 고희(古稀)에 즈음하여



벌써 6.25전쟁이 발발한지 70주년이 되었습니다. 이 전쟁의 명칭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이 있고, 때로는 이념갈등을 낳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6.25동란, 6.25사변, 6.25남침 등 여러 명칭을 사용하다가 국사편찬위원회와 국방부가 '6.25전쟁'을 공식명칭으로 지정한 이후로는 이 명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6.25전쟁의 나이가 어언 고희를 맞이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었고, 그래서 6.25전쟁과 제 나이가 나란히 가기 때문에 해마다 소회(所懷)가 남다릅니다. 특히 요즘 갑자기 싸늘해지는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동족상잔의 결과로 허리가 잘린 채 그 긴 세월을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고 긴장해야만 하는 분단조국의 현실이 참으로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그 상처가 아물 때도 되었건만 북핵문제로 인해 어쩌면 상흔이 더 깊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답답한 심정이 되기도 합니다.

6.25전쟁은 흔히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3.1절과 8.15 광복절 경축행사는 성대하게 치르면서도 6.25에 대해서는 별로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기야 6.25전쟁을 굳이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자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역사도 엄연히 역사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인해 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면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Confederacy)의 영웅이었던 인물들의 동상을 끌어내리고, 그들의 이름을 붙인 학교나 기관도 개명(改名)해야 한다는 주장이 별 저항 없이 속속 정책으로 결정되는가 하면, 심지어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동상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불행한 역사도 역사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절기 중 가장 큰 절기는 유월절입니다. 유월절은 이집트의 압제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해방의 기쁨을 누린 절기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400년 간 모진 아픔과 설움을 겪은 하나님의 선민의 부끄러운 역사를 상기시키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 아픈 역사를 자자손손 기억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 깊이 다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 “용서하되 잊지는 말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로 시작되는 6.25노래가 요즘은 행사에서 많이 불리지 않는 것 같은데, 남북화해를 국정지표로 삼고 있는 현정부로서는 북한의 심기를 면밀히 살피며 어떻게든 그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일은 피하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으니 그 심정이야 헤아릴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우리 후손들이 6.25전쟁의 역사적 팩트를 바로 알고 교훈으로 삼도록 교육할 필요는 있는 것입니다.

6.25 전쟁과 관련해 북한의 남침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하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6.25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손실과 그 희생의 대가로 얻은 자유에 대해서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 D.C.에 가면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유명한 글귀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있는 자유는 아무런 대가없이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입니다. 우리 나라 외에도 16개 유엔 참전국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습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낯설고 물 설은 이역만리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포연(砲煙) 속에 자취도 없이 산화되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 조국은 지금 민주주의 체제에서 마음껏 자유를 호흡하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만 해도 3만 6천 명의 고귀한 생명이 자유의 제단에 희생물로 드려졌습니다.

한국이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잿더미 위에서 한 세기도 채 되기 전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엄청난 희생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비롯해 모든 참전 국가들에게 마땅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보다도 감사해야 할 대상은 열국(列國)을 다스리시는 역사의 주인, 바로 하나님 그 분이십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6.25전쟁과 관련해 이런 비화가 있습니다.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남한을 기습공격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것을 침략행위로 규정하고 즉각 유엔군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배후의 간섭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인 소련 대표가 승용차의 엔진 고장으로 회의에 불참하는 바람에 그 안이 무사히 통과되어 미국을 중심으로 연합군을 결성하게 되었고, 또 마침 가까이 일본에 미 24사단 병력이 주둔해 있어서 신속하게 전투에 가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맥컬러(David Maccullough)는 제 2차 대전 이후 한국만큼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가 없는데, 한국의 발전은 경제학적인 시각, 역사학적인 시각, 사회학적인 시각 그 어떤 시각으로도 해석이 안 된다는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이변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도우시는 은혜로 인한 것임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하나님을 잘 믿는 민족들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시편 144:15)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자는 복이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