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고전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아담 스미스가 자유방임주의를 주창하면서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국부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이득이 가장 많이 생기는 곳에 자원을 투자하며, 이러한 행동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의 자동조절작용을 통해 결과적으로 사회에 공공이익을 창출하여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그가 사용했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빌려 우리의 삶의 배후에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은밀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하여 말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러한 역사를 섭리(攝理)라고 합니다. 섭리라는 말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또 그 의미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딱 부러지게 정의를 내리기란 그리 쉽지 않은 개념입니다. 섭리를 한자어로 풀이해본다면, 섭(攝)은 ‘당길 섭’, 리(理)는 ‘다스릴 리’입니다. 이렇게 한자어 풀이로만 보면, 하나님의 섭리는 ‘하나님께서 피조물들을 굳게 붙들고 당신의 뜻대로 이끌어가시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하리라 봅니다. 섭리의 사전전인 의미는, “기독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스려 나아가는 신의 의지 또는 개인을 향한 은혜이다.”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섭리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돌보심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후 그냥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하시는 게 아니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그 피조물들을 관리하고 보존하시기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한복음 5:17)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온 우주만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도 그냥 자기 멋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 그 배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개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역사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19세기 미국의 정치학자요 역사학자였던 찰스 비어드(Charles A. Beard)는 평생토록 역사를 연구한 결과 다음 네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결론지은 바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은 멸망시킬 자에게 권력을 주어서 날뛰게 하신다.

둘째, 심판의 맷돌은 천천히 돌지만 그러나 그 맷돌은 아주 잘게 부순다.

셋째, 벌은 꿀을 도적질해서 꽃을 피운다.

넷째, 어둠이 짙어야 별을 볼 수 있다.

이 네 가지가 다 하나님의 섭리와 관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섭리를 매우 실감나게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우상숭배를 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심판하실 때 이방 강대국들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셨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은 앗시리아를 그리고 남왕국 유다는 바빌로니아를 심판의 막대기로 사용하여 멸망시키셨습니다. 그렇다고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가 하나님 앞에 의로운 나라들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두 나라도 하나님의 심판으로 멸망당하고 맙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잡혀간 지 70년이 되는 해에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예언하신 대로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 페르시아 제국을 통해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시고 초대 왕인 고레스를 통해 즉위 원년에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셨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로 인해 자칫 고레스가 여호와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은 자로 오해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그에게 기름을 부어 성별된 도구로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이사야 45:4) “내가 나의 종 야곱, 나의 택한 이스라엘을 위하여 너(고레스)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나는 네게 칭호를 주었노라.”

이렇게 하나님의 손은 때로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은밀하게 역사하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깨닫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섭리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하나님의 섭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도도한 물줄기가 되어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은 크게는 우주만물과 온 세계와 국가에 미치지만, 작게는 한 개인에게도 세밀하게 닿아 있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은 요셉입니다. 그의 생애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지만 그의 생애 가운데 항상 하나님의 손이 배후에서 역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고백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창세기 45:7-8) “하나님이 (7년 흉년에서) 형님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형님들의 후손을 이 세상에 두시려고 나를 형님들 앞서 보내셨습니다. 그러니 나를 이리로 보낸 자는 형님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십니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들 힘들어 하는 이 순간에도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계심을 전적으로 신뢰할 때 우리는 불안을 떨치고 소망 중에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