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의 혁신리더십] 리더는 가장 마지막에 먹고 내린다

리더십 교육 한국내 최고인 정동일 연세대 교수

일본 요코하마항에 머물면서 3700여 명이 한 달 가까이 고립되어 있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려 696명이 나오면서 언론들은 ‘공포의 크루즈선’ 혹은 ‘바다 위의 감옥’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이 크루즈선의 상황을 매일 전달했다.

배에 고립되어 의약품이 바닥나고 정신적으로 불안해진 승객들이 혼이 나간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사진을 보면서 인류 종말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통제되었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의 코로나19 감염사태는 28일 만인 3월1일 종료되었다.

그런데 그날 밤 131명의 항해사와 승무원 중 제일 마지막에 제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하선한 이탈리아 출신의 제나로 아르마 선장의 모습을 전 세계가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르마 선장이 객실에 갇힌 승객들에게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힘을 보여줘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용기를 주었으며 때로는 유머감이 넘치는 연설을 통해 모두에게 평정심을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모든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후 혼자 가방을 끌며 배에서 걸어 나오는 아르마 선장의 사진을 보며 필자는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이고 리더가 위기상황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감동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다.

미 해병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룰 하나가 있다. 바로 장교는 마지막에 먹는다 (Officers eat last)라는 룰이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란 책을 쓴 사이먼 사이넥 (Simon Sinek)이 책을 집필하면서 조지 플린 (George Flynn)이란 미 해병대의 퇴역 장군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사이넥은 이 장군에게 “미 해병대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대가 될 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플린 장군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장교는 마지막에 먹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다.

미 해병대에서 ‘장교는 마지막에 먹는다’란 표현은 행사 때만 외치는 형식적인 슬로건이 아니라 장교 혹은 리더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골든 룰이자 이 조직을 지탱해주는 문화인 것이다. 그래서 장교가 병사들에게 배식을 하고 맨 마지막에 남은 음식을 먹는 장면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를 통해 리더는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을 실천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매일 쌓아가는 것이다.

위기상황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생존본능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더는 이런 본능을 억제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자기희생이야말로 리더를 리더답게 해주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리더인 당신을 따라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 주며 리더십의 선순환을 구축해준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내부상황이 종료되고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내린 후에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리는 아르마 선장의 얼굴에서 고독하지만 리더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 것 같다.

지금 대구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는 이렇게 자신을 내려놓고 환자들을 돌보고 방역조치를 하느라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아르마 선장이 많다. 이들의 자발적인 희생으로 인해 코로나19는 곧 진정될 것임이 분명하다.

아무쪼록 기업과 나라에도 아르마 선장처럼 내가 아닌 구성원들을 위해 조용히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진짜 리더가 많았으면 한다. 리더는 가장 마지막에 먹고 내리는 존재이다.

연세대학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