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No Cross, No Crown



“No Cross, No Crown.” 이 말을 원래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이 없었더라면 예수님의 부활의 면류관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요한복음 12:23을 보면, 예수님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한 알의 밀알로 희생당하실 것을 제자들에게 예고하시기 전에 “내가 영광’을 받을 때가 드디어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져 죽으실 것이라는 말씀은 십자가의 죽음을 예고하신 것이라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고난이 영광의 서곡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언뜻 이해가 잘 되질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미 십자가 저 너머에 있을 영광스러운 부활을 미리 내다보신 것입니다.

“No Cross, No Crown.” 이 짤막한 한 마디는 여러 다양한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매우 함축적인 표현으로서, 이와 유사한 표현들의 원조격인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No Cross, No Glory.” 또는 “No Pains, No Gains.”와 같은 표현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과 수고가 없이는 영광도 성공도 이득도 있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설교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예화가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자연과학자였던 앨프레드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하루는 천잠나방이의 새끼가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지켜보다가 애처러운 마음에 가위로 누에고치를 찢어주어 나방이가 쉽게 나오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계속 관찰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어린 나방이는 날개도 제대로 펴지지 않고 천잠나방이의 자랑거리인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안 가서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번 관찰을 통해 새끼 나방이가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려고 애처롭게 발버둥치는 그것이 바로 날개를 튼튼하게 하고 몸의 힘을 길러 주며 아름다운 색채를 내게 하는 하나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방이는 애처로운 고생은 면제를 받았을지 모르나 바로 그것 때문에 온전하게 태어나지도 못한 채 결국 금방 죽고 만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라는 기념비적인 저서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도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즉 외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이나 문명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문명은 소멸했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의하면, 인류 문명은 자연조건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태어났음을 역사가 실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강 유역의 인도 문명, 그리고 황하 유역의 중국 문명은 모두 열악한 환경이라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한 결과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특히 대선국면을 앞두고 풍선효과니 나비효과니 메기효과니 하는 말들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풍선효과(balloon effect)란, 풍선의 어느 한 곳을 누르면 그곳은 들어가지만 저항이 적은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듯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현상을 제지하다 보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브라질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이 대기에 영향을 미쳐 오랜 시간이 지나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Edward Norton Lorenz)의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사소한 행위가 발단이 되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토인비가 평소 그의 저서와 강연에서 즐겨 인용했다는 ‘메기효과(catfish effect)’는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에게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이론입니다. 청어는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인데, 먼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싱싱한 청어를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살아있는 청어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비결은 청어를 운반해오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는 것이었습니다. 청어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쉴새 없이 도망 다니며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메기효과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내세울 때 언급하면서부터 경영 혁신의 핵심이론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긴장과 위기의식 같은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하나님이 성도들을 다루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징계’입니다. 징계는 형벌과는 다릅니다. 징계는 다른 말로 바꾸면 ‘훈련(discipline)’입니다. 이 말은 ‘제자(disciple)’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자는 스승에게 배우는 자이며, 배움에는 응당 훈육과 고된 훈련의 과정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히브리서 12:6,8,10)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가 받아들이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라...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참 아들이 아니니라...육신의 아버지는 잠시 자기의 뜻대로 우리를 징계하였거니와 하나님은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그의 거룩하심에 참여하게 하시느니라.”

참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잘못된 길을 갈 때 아픈 마음으로 ‘사랑의 매질’을 합니다. 하나님도 우리를 적자(嫡子)로 여기시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된 길을 걸을 때 우리의 유익을 위해 사랑의 매를 드십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신앙의 내공이 더욱 깊어져 하나님의 거룩하신 성품에 참여하는 성화를 이루게 되고, 점차 ‘No Cross, No Crown’의 참뜻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