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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그리스도인의 ‘통전적인(holistic)’ 건강



한국에 있을 때 약국에 가면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약국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건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요즘 제가 받아보는 카톡 내용 중에도 건강에 관한 내용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중에도 건강에 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고, 조회수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누구나 건강에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카톡을 보내주는 분들은 비교적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유독 건강에 관한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에만 국한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차원의 건강이 두루두루 갖춰질 때 진정한 건강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빌라도의 보고서』라는 소책자에 보면, 예수님은 신체적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하실 만큼 상당히 건장한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건강에 대하여 성경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없지만, 공생애 동안 쉴새 없이 왕성하게 사역하셨던 걸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예수님은 신체적으로도 건강하신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건강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구절을 굳이 찾아본다면 누가복음 2:52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구절은 예수님의 소년 시절에 관한 내용으로서, 공생애 이전의 예수님에 대해 기록한 아주 드문 내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가복음 2:52)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

이 구절은 어린이의 백일잔치나 돌잔치 때 자주 인용되는 본문입니다. 그런데 이 구절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예수님의 건강은 ‘통전적인(holistic)’ 건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신체적으로(physically) 키가 자라가고, 정신적으로(mentally, intellectually, emotionally) 지혜가 자라가며, 사회적으로(socially)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고, 나아가 영적으로(spiritually) 하나님께 사랑을 받으셨습니다.

건강과 신체발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체발육만 정상적이라고 해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나이에 걸맞게 지능이 발달해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잘 성장해야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이 '감성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에 관한 책을 쓴 이후로 한때 지능지수(IQ)보다는 ‘감성지수’(EQ)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감성지수는 사회성과 연결되어 ‘사회지수’(Social Quotient, SQ)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들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건강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중에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 AQ)라는 게 있습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상치 못하는 곤경과 고난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지닌 사람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회복하여 때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높이 비상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와 패배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의연히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신체 건강에도 지대한 유익을 가져다 줍니다. 고난을 그냥 낭비해버리지 않고 그 고난을 리싸이클해서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은 건강한 심리를 가진 자의 소중한 인생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또 한 가지 건강은 ’영적인 건강‘(Spiritual Health)입니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헌장에서 건강에 대해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8년 101차 WHO 회의에서는 죽음의 궁극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을 포함하여 영적인 건강을 추가함으로써 건강을 보다 포괄적으로 보았습니다. WHO는 인간의 모든 건강영역에 ‘영적 안녕’이라는 개념을 새로 추가했던 것입니다. 과거 영성이나 영혼의 문제가 종교적 관점에서 주로 다뤄져왔다면, 현대의 영성(spirituality) 또는 영적 안녕은 건강이라는 영역에서조차 핵심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즉 진정한 의미의 건강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 이 네 가지를 포괄한다고 정의를 내리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7년 정도 수명이 길다는 조사도 있으니 영적 건강은 인간의 수명에도 크게 기여하는 셈입니다.

영적 건강이 추가된 이유는 인간이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 존재이며, 더 나아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신비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영적 건강이 추가된 현실적인 이유를 분석한 자들도 있습니다. 북유럽 등 선진국들은 사회복지제도가 아무리 발전해도 술, 마약, 그리고 자살 등의 치명적인 문제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이것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어온 영적인 면을 보완한 것이라고 것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을 ‘통전적인(holistic) 건강’이라고 이름붙여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일찍이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 그리고 영적 건강의 전형을 우리에게 모법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아 ‘통전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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