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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염려를 하나님께 맡깁시다!



미국 감리교회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웰치 감독은 101세 되던 생일에 기자로부터 “101세란 나이에 대하여 목사님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웰치 목사님은 “나는 30년 전에 70세로 은퇴를 했는데, 그때 늦게나마 이런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나의 긴 과거를 회고해보니 늘 많은 걱정과 근심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사실 따지고 보니 내가 거의 매일 가지고 있던 근심이나 걱정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 때문에 헛된 근심을 너무 많이 하며 살아갑니다. 근심도 걱정도 하나님께 맡겨버리는 믿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미국에 와서 한 교회에서 근 30년 동안 목회를 하다가 교단법이 허용하는 은퇴연령보다 5년 먼저 조기은퇴를 했습니다. 어떤 목회든 쉬운 목회가 없겠지만 이민목회는 여러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좀 더 힘든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하는 동안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 걱정거리가 수도 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두 번에 걸쳐 20에이커(약 2만 5천 평)가 넘는 교회 부지를 매입하고, 본 예배당 건축에 이어 체육관과 교육관을 겸한 복합건물(비전센터)을 건축하는 과정에서도 남 모를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건축 중에 부교역자가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 딴 살림을 차리는 아픔도 있었고, 교회가 파산 직전까지 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 모든 짐을 최종적으로 감당해야 할 담임목사인 저를 굳게 지켜준 것은 베드로 사도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약속이었습니다.



(베드로전서 5:7)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버려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Cast all your anxiety on him because he cares for you.)”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게 ‘공을 떠넘긴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근심과 염려와 걱정의 공을 하나님께 떠넘기면(던져버리면, cast)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알아서 해결해주신다는 약속입니다. 얼마나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근심의 보따리를 내가 끌어안고 끌탕할 게 아니라 선하시고 신실하시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내맡길 때 하나님께서 무궁무진한 지혜로 친히 우리의 근심거리를 깔끔하게 처리해주실(handle)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분을 전적으로 신뢰할 때 안심할 수 있으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교회가 어려운 지경에 놓였을 때는 온 성도님들이 예레미야 29장의 약속을 붙들고 오랫동안 부르짖어 합심기도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지금도 생생합니다.

(예레미야 29:11-13)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너희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

이 말씀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온갖 설움과 고초를 겪으며 오매불망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학수고대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결국 이 약속은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약속하신 70년의 연한이 찼을 때 기적적으로 성취되었던 것입니다. 온 성도님들이 이 약속을 붙들고 간절하게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아 33:3)고 약속하신 대로 모든 어려운 문제들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못했던 ‘하나님의 방법으로’ 일거에 해결해주셨습니다. 할렐루야!



솔직히 우리가 전혀 걱정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병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심리상태입니다. 불안과 염려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미리 대비시켜주는 예방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교통사고에 대한 염려 때문에 조심운전을 함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나친 걱정,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걱정하는 것 가운데 실제로 걱정할만한 것을 걱정하는 것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90% 이상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걱정 내지는 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는 쓸데없는 걱정, 다시 말해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와 같은 미물도 돌보실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요 창조의 면류관이며 특히 만민 가운데 택하여 자녀 삼으신 너희들을 돌보시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이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염려는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불신앙이 되는 셈입니다. 신앙훈련은 한 마디로 ‘맡기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 중에 신탁은행이 있습니다. 신탁(信託)은 ‘믿고 맡기라’는 뜻입니다. 믿음의 척도는 우리가 얼마만큼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느냐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맡기려면 신뢰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 화폐에 새겨져 있는 “In God We Trust”라는 글귀는 단순히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것(believing in God)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분을 신뢰하는 믿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맡긴다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앙체험을 통해 점차적으로 더 쉽게 그리고 더 많이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하나님께 맡기는 훈련을 꾸준히 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시편 55:22)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영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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