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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미국 정치인들의 뇌물과 부정부패


2011년 5월 밥 맥도넬 주지사가 한국을 방문, 경기도 김문수 지사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의 몰락
그를 생각하면 아직도 안타깝다. 밥(Robert) 맥도넬 버지니아 주지사.

그는 2012년 대선 때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급부상한 떠오르는 스타였다. 영화배우처럼 매끈하고 스마트한 외모는 그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를 높여 주었다.

4년간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재정상태도 건전하고 풍부하게 해놓았다. 201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유력한 경쟁자들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는 예측도 나왔다. 거칠 것 없는 그에게 일순간 나락에 떨어지는 일이 찾아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한국 방문 선물을 받는 맥도넬 주지사.
주지사 임기를 6개월 남겨둔 2013년, 가족 금품 수수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보도와 연방검찰의 43페이지에 달하는 기소장을 보면 기업인을 스폰서로 한 전형적인 비리의혹 사건이었다.

그의 부인 모린 여사는 뉴욕의 버그도포굿맨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면서 비타민 관련 제약회사인 스타사이언티픽의 조니 윌리엄스 회장과 동행했다. 그리곤 쇼핑한 물품을 계산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시를 방문한 맥도넬 주지사 부부와 김문수 지사 부부
또 윌리엄스 회장의 롤렉스 손목시계를 보고서는 자기 남편도 찼으면 좋겠다며 사달라고 해서 ‘제71대 버지니아 주지사’란 글귀를 시계 뒷면에 새겨 진상했다고 한다.

게다가 딸의 결혼식 피로연 비용 1만5천불을 이 기업인의 수표로 처리하는 등 총 17만5천 달러를 받은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맥도넬 주지사 부부는 그로부터 받은 고액의 선물과 금품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맥도넬 주지사는 “나는 윌리엄스에게 아무런 반대급부(Quid Pro quo)를 준 적이 없다”면서 “정치적 헌금 제공자나 선물을 준 사람의 비즈니스를 위해 파티에 참석하거나 지지를 표시하는 것을 연방범죄라 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선출직 관리들이 기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 한국 하이얏트 호텔의 파티
연방법원은 그에게 2년 징역형을 언도했으나 2016년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하급법원으로 환송했다.

비록 징역살이는 면할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은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와 윤리에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전도양양하던 맥도넬 주지사의 정치생명도 단박에 끝이 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겪은 곤경이 부인의 명품 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다. 모린 여사는 프로 풋볼 팀인 레드 스킨스의 치어걸 출신이었다.

화성 행궁에서 전통 무예 공연을 지켜보는 주지사 부부
맥도넬 주지사 부부가 2011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적이 있었다. 그는 자매도시인 경기도 김문수 지사와 여러 기업인들을 만나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예방했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숙소인 남산의 하이얏트 호텔의 한 작은 프라이빗 룸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10여명이 참석해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맥도넬 주지사 부부도 참석해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미국에서 함께 한국을 방문한 한인들과 하이얏트 호텔에서 작은 파티를 하며 선물을 받는 주지사 부부
남편이 자신이 이끄는 주 정부의 비즈니스를 위해 동분서주할 때 모린 여사는 주로 쇼핑을 다녔다. 참석자들이 “쇼핑이 어땠냐?”고 물어보자 그는 흡족하다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날 파티에서 그녀에게 충무자개로 만든 전통 민속품 등 선물도 전해졌다. 모린 여사의 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 상원 외교위원장의 굴욕
미국의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부적절한 금품 수수, 향응으로 망신을 당하는 일은 종종 생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로버트 메넨데즈(Bob Menendez)도 2017년 뇌물수수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플로리다 주의 안과의사 살로몬 멜전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수십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한다.

또 휴가기간에는 비싼 호텔과 전용기를 제공받는 등의 향응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연방지법에서의 재판에서 연방 검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이야말로 전형적인 뇌물수수 사건이다. 두 피고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공직 중 하나를 부패시켰다. 두 사람은 돈과 권력을 거래했을 뿐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

이듬해 1월 연방검찰은 메넨데즈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을 법원에 통보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이듬해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메넨데즈는 뉴저지 주가 민주당 텃밭임에도 공화 후보에게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스캔들 여파로 민심이 달라진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0 대선 당시 카멀라 부통령 후보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 150만불의 정치자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연관된 매관매직 사건도 한때 미국을 시끄럽게 했다. 2008년 일리노이 주 연방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원의원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빈 자리는 주지사가 지명권을 갖는다.

이에 그 후임에 당시 라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제시 잭슨 주니어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하는 대가로 15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아내려 했다 하여 매관매직 혐의로 징역 14년이 선고됐다.

그는 연방법에 의거해 선고 형량의 85%인 12년을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지사의 변호사는 그가 개인적 용도로 돈을 챙기지 않았으며 정치자금을 요구하다 그것도 미수에 그쳤음을 강조했지만 2011년 12월 판사는 온정을 베풀지 않았다.

# 하원의장들의 유혹
정치인들은 늘 돈에 대한 갈증과 유혹을 받는다. 선거라는 괴물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며 그 어떤 정치인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방식과 편법으로 이를 조달하려고 한다. 의원의 특권을 이용한 내부자 거래도 그 중의 하나다.

2011년 CBS 방송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60 Minutes'는 전 현직 하원의장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시절인 2009년의 일이다.

미국의 달러화를 찍어내는 조폐국
이 방송은 베이너가 건강보험 사업에서 민간기업과 경쟁할 정부의 공공보험 창설안이 부결되기 며칠 전에 건강보험사 주식을 매입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베이너 의장은 이것이 매년 한차례씩 상담하는 금융상담사가 내린 투자결정이었다고 항변했다.

낸시 펠로시 현 하원의장도 일격을 맞았다. 펠로시와 그의 남편이 8차례나 기업공개 공모주식을 사들였으며 그중에 비자카드사의 경우 기업공개 이틀 만에 주가가 주당 44달러에서 64달러35센트로 폭등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펠로시 역시 사익을 추구한 행동이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방송은 미 의회를 이끄는 공화당과 민주와 공화당의 두 정치 거물이 의원의 특권과 정보를 이용해 내부자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두 거물은 그러나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한국 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워싱턴에서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모임(CREW)'이라는 정치 감시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가장 부패한(Most Corrupt)' 연방 의원 명단을 종종 발표해 의회를 뒤집어 놓는다.

워싱턴 근교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안에 트럼트가 젊은 시절 등장한 매거진 표지가 벽에 걸려 있다.
이들의 부패명단에는 이해충돌 집단으로부터 부적절한 선물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금융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전 부인에게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매춘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등 다양한 이유로 이름이 오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몽골 여행을 하며 7만여 달러란 거액의 백악관 경호 예산을 썼다고 폭로한 것도 이 단체였다.

미국의 연방 경찰 격인 FBI 본부
# 의회의 감시기능
이 같은 시민단체의 매서운 감시역할이 의회의 기류를 청신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럼에도 정치가 갖는 이중성 때문에 의원들의 윤리 문제는 끊이질 않는다.

이에 하원은 2008년부터 의회 윤리실이란 독립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의원들이나 직원들의 윤리위반 사실을 조사케 해 윤리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겼다.

또 2006년 워싱턴 포스트의 폭로로 공짜 해외여행 파문이 미국을 강타하자 외부에서 여행경비를 지원 받을 때는 반드시 사전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엄격한 규제와 함께 사전 승인을 의무화 한 것이다.

몇 해 전에 타계했지만 민주당의 중진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찰스 랭글 하원의원이 여행경비가 문제가 돼 세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미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연방 대법원
# 가난한 주 판사들의 사치
고위 인사들의 부정과 윤리 문제는 비단 입법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2018년 8월 웨스트버지니아는 주 대법원의 현직 대법관 전원 탄핵이란 사상 초유의 파동을 겪었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의 대법관들이 3만2천불짜리 소파, 7,500달러짜리 마룻바닥 장식을 하는 등 예산을 펑펑 쓰며 등 사무실을 호화 장식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역시 지역 방송사의 탐사취재로 밝혀진 것이다.

해당 대법관들은 정치적인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했으나 가장 깨끗해야 할 사법부의 최고 어른들의 비윤리적인 태도에 가난한 웨스트버지니아의 주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