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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테러와 피의 보복의 악순환 어떻게 끊을까

어제 26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은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아프간을 빠져 나오려던 수백명이 갑자기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미군 13명을 포함해 100명 이상이 사망한 테러 현장에서 사람들은 공포와 절망에 빠져야 했다. 트위터 페이스북등 SNS에는 당시의 참혹한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전세계 언론들도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참담했던 상황을 전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폭발 후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여 “마치 지구의 마지막 날이 온 것 같았다”고 했다. 한 생존자는 “큰 폭발음과 함께 누군가가 땅 밑에서 내 발을 잡아당긴 것 같았다. 고막이 터진 듯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이내 종말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참담했던 상황을 전 했다. 첫 번째 폭발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은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인근 운하에 던져졌다”면서 “다시는 공항 근처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남성은 “토네이도에 비닐봉지가 휩쓸리는 것처럼 시체와 신체 조각들이 공중으로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이날 자살폭탄 테러 공격은 카불 공항의 남동쪽 애비 게이트와 그로부터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차례로 발생했다. 한 남성이 애비 게이트로 다가와 공항 근처 치안을 유지하던 미군에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터트렸다. 곧이어 250m 떨어진 배런 호텔 입구에서도 비슷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애비 게이트는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들이 출국 전 신원 검사를 받는 공항 국제선의 주요 출입구이고, 배런 호텔은 미국인, 영국인, 아프간인 등 대피자들이 공항에 가기 전에 집결하던 장소였던 터라 지키던 미군 병사외 민간인 수백명이 테러의 희생자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테러 세력에 대한 군사 보복을 다짐하면서 당초 정한 기한까지 대피 작전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이번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다.

그는 “이번 공격을 저지른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사망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며, 13명 사망은 2011년 4월 8일 8명 사망을 넘어서는 1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처럼 대규모 피해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군 당국에 IS-K의 자산과 지도부, 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무력과 정확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만큼 IS 근거지를 겨냥한 정밀 공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대피 및 철군을 종료한다는 일정표에 변함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임무를 완수해야 하며 완수할 것”이라면서 “ 우리;의 임무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제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IS-K는 2015년 IS가 호라산 지역으로 확장하며 만든 지역 조직이다. 호라산은 현재 아프간 북부와 투르크메니스탄, 파키스탄 등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IS는 2001년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에서 이라크를 근거로 한 세력이 2014년 독립해서 만들어진 단체다. 알카에다, IS, 탈레반은 모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IS-K는 탈레반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가담하면서 구성돼 탈레반보다 더욱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을 두고 “너무 온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 지역에만 관심이 있는 것과 달리 IS-K는 아프간 외의 중앙아시아 국가 등에서도 이슬람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노선 차이도 보이고 있다. IS-K의 목표는 “예루살렘과 미국 백악관 위로 깃발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이든, 그리고 어떤 대의나 명분을 내세우든,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 살육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테러에 대한 규탄이나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무자비한 보복 같은 강경 대응만으로 테러를 종식시킬 수 없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국내외적인 불의나 사회경제적·종교적·인종적 차별 등이 극단주의와 증오에 바탕을 둔 테러리즘을 낳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도 예외가 아니다. 테러집단이 이번 공격을 미국의 침략에 대항한 성전이라면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것에 볼 수 있듯이 저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 잡는 근본적이고 고차원적인 정신적 종교적 공존의 해법이 없는 한 상황은 쳇바퀴 돌게 될 것 이다. 피의 악순환 끝는 문제 정말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치 지구의 마지막 날이 온 것 같았다”고 했다던. 한 생존자의 말이 귓전에 울리고 있는 가운데 피의 악순환이 어떻게든 끝내지기를 어쩔 수 없이 여러분과 함께 신께 빌게 된다. 대다수 우리 동포들이 빌고 있는 신과 테러범 들의 신 알라가 하나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지만 거기서 희망의 단초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