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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엄포로 끝나기를 바라는 윤 당선인의 서초동 출퇴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난관에도 청와대 용산이전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당선인의 엄포 어깃장은 22일 에도 계속 됐다. ‘ 청와대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당선자가 취임 뒤 일과 시간엔 서울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 퇴근 뒤엔 서초동 자택에 머물고 유사시 에만 국가위기관리센터인 청와대 지하벙커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보통일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가장 먼저 나오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22일 기자브리핑에서 “ 당선자가 매일 아침 서초동 자택에서 통의동 집무실로 오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서는 절대 묵을 수 없으니 용산으로 집무실과 관저가 이전될 때까지 서초동 집에서 통의동 집무실까지 출퇴근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통령이 서울 시내에서 12㎞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경호와 안전, 시민 불편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퇴근 이후 상황이라고 얘기 된다.

도심속 주싱복합인 당선인의 자택 안전과 경호도 문제 이지만 안보 위해나 재난 상황은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 윤 당선자의 서초동 집에서 청와대 지하벙커까지 거리는 약 11㎞다. 평상시 30여분 거리로, 아무리 교통통제를 한다고 해도 청와대 관저에서 지하 벙커로 이동할 때의 1분 안팎보다 대응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당선자 측은 현재 업무 공간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용산 이전’ 때까지 일할 계획이지만 경호·보안을 위한 추가 비용은 들이지 않겠다고 해 ‘집무실 이전 속도전’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이 통의동 집무실은 대통령 전용 공간이 아니어서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곳은 5년마다 한번씩 대통령 취임을 준비하는 당선자에게 제공된 공간으로 방탄유리나 도청방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경호·보안 수준을 현격히 높이지 않으면 중요 기밀이 새어나가거나 대통령의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선인 사무실 계속 사용, 서초동 자택 출퇴근이라는 언명이 탈청와대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면서 현 청와대 여당 측의 재고를 압박하는 말로하는 어깃장 엄포이기를 빈다.



윤 당선인이 이처럼 ‘탈(脫)청와대’를 게속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당선인의 입장에선 상징성을 갖췄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처리가능한 몇 안 되는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집권 후 펼쳐질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과 상관없이 집무실 이전은 윤 당선인이 오롯이 해낼 수 있는 작업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 에너지를 용산 이전에 쏟아붓는 이유는 대통령 당선인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공약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대부분 공약과 국정과제들은 ‘차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당선인의 또다른 대표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같은 사안은 민주당이 반발하는 사안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 정부조직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문턱이 존재 하는 반면 청와대 이전은 임기 시작 전 당선인이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로, 윤 당선인으로선 놓칠 수 없는 카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언론에 “윤 당선인이 야당(민주당)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공약은 몇 가지가 없다”면서 “청와대 이전은 반드시 처리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반문재인’이란 기치 아래 탄생한 윤석열 정부에서 윤 당선인이 내세운 자신만의 브랜드라는 점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기에 추진하려다 실패했다는 점 역시 윤 당선인이 시작부터 물러설 수 없도록 하는 지점이라는 분석이다.

또 윤 당선인은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선 때부터 줄곧 강조해왔다. 소통이란 측면에서 청와대 이전은 적잖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사안이기는 하다. 당선인 주변은 연일 청와대를 “불통의 상징” “구중궁궐”로 묘사하며 ‘탈청와대=소통’이란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도 이 일환이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당선인 신분에서 이례적으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당선인은 절대 혼밥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수시로 냈다. 점심 식사를 대부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 6단체장들과 만나 ‘핫라인’ 구축도 약속했다. 청와대 이전이야 말로 소통 대통령을 내세우는 윤 당선인의 핵심 의제이다. 문제는 용산이라는 지점이 걸림돌로 나선 셈인데 지금으로서는 윤 당선인측이 제풀에 지친듯 용산 카드를 접을 공산이 크지 않다. 이 문제에 관한한 현재 공은 청와대 쪽이 가지고 있다. 원활한 국정 인수인계를 위해서는 손바닥이 마주쳐야 한다. 청와대 용산 이전 갈등이 표면상 안보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만나 대화로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절대 다수 국민들의 바람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완승도 완패도 아닌 박빙의 결과로 우리 정치에 통합과 협치를 주문했다. 그런데 여야는 그런 민의에 따르지 않고 갈등과 대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갈등과 대결은 당사자 끼리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법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서둘러 만나 갈등을 해소하고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두 사람 모두 약속한 통합·협치의 선거 민의를 받드는 길이며 신임대통령이 길바닥을 헤매는 그런 초유의 사태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