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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약속과 인간관계



인간이 살아가는데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혼자 무인도에서 살지 않는 한 인간관계는 필연적입니다. 관계는 흔히 ‘끈’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끈을 따라 태어나고, 끈을 따라 맺어지고, 끈이 다하면 끊어지게 마련입니다. 끈은 서로를 이어주는 인맥의 연결고리요 네트워크입니다. 요컨대, 인생은 끈입니다. 그런데 이 끈을 잘 잇고 유지해나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이지 인간관계처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인간관계를 잘하느냐 잘못하느냐가 행복과 성공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부부간의 사이가 원만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만, 부부 사이가 어그러지면 행복한 인생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명품 관계가 명품 인생을 만든다.“고들 말합니다.

인맥관리에 있어서 요구되는 요소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약속을 잘 지켜야 상대방으로부터 신임을 얻게 됩니다.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지나가듯이 마치 빈말처럼 한 약속도 어김없이 지키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몇 차례 다짐하듯 스스로 한 약속도 너무나 쉽게 까먹는 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속 마음을 내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제야에 보신각(普信閣) 종을 울리는데, ‘믿음을 널리 펴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만큼 신뢰는 인간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성품 중에 ‘신실함’(faithfulness, trustwotrhiness)이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한 번 하신 약속은 철석같이 지키시는 미쁘신 분입니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 즉 옛 약속들과 새 약속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한 마디로 ‘약속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장차 이루어질 것들에 대한 약속들(예언)을 기록하고 있고, 신약성경은 그 약속들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내용이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5:39,46)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모세를 믿었더라면 또 나를 믿었으리니 이는 그가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음이라.”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그분의 신실하심 때문입니다. 인간은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이 바뀝니다. 그러니 믿기 어렵습니다. 만일 하나님이 인간처럼 조석(潮汐)으로 마음이 바뀌시는 분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성경의 약속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성경의 약속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약속은 우리가 예수님을 자신의 개인적인 구세주로 믿고 받아들일 때 죄사함과 구원과 영생을 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만일 하나님이 기분 내키시는 대로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시는 분이라면 아무도 ‘구원의 확신’조차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민수기 23:19)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을 하지 아니하시고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랴.”

(이사야 55:9-10) “이는 비와 눈이 하늘로부터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적셔서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

우리가 이러한 하나님을 신뢰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그분과의 영적인 교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분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관심이라 쓰고 사랑이라고 읽습니다. 관계는 관심을 먹고 자랍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관심과 정성이 관건입니다. 미국에 이민 온 후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모처럼 간 김에 조부모님 산소를 찾아가기 위해 산길에 올랐는데, 땔감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옛날 길이 없어지고 관목과 나무만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동행한 사촌 형님이 길도 나 있지 않은 곳을 이리저리 헤치며 안내해주신 덕분에 겨우 산소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인간관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더 이상 관계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관계란 한 번 형성되면 영원히 지속되는 자동시계가 아니라 수시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지 않으면 얼마 안 가서 멈춰 서버리는 수동시계입니다. 그렇지만 길이 없는 곳도 자주 밟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길이 생기듯이, 비록 아예 몰랐던 사람이나 관계가 서먹했던 사람일지라도 자주 만나고 내왕하면서 사소한 약속이라도 잘 지키며 서로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노라면 자신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인간관계의 길이 활짝 열리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신실하신 하나님을 본받아 인간관계에서도 약속을 잘 지킴으로써 돈독한 신뢰감을 쌓아가는 지혜로운 처신에 늘 힘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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