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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내 모습 이대로(just as I am)



자동차의 필수부품인 반도체 칩을 비롯해 여러 부품들의 공급난으로 인해 자동차의 나라인 미국에서조차도 자동차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자동차 값이 훌쩍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고차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면서 중고차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조그만 입간판에 중고차를 현재 상태 그대로 구입한다(We buy cars ‘as-is’)는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주택시장이 한창 뜨거웠던 Seller’s Market에서는 집 수리를 하지 않은 채로, 심지어 통상적 절차인 인스펙션 도 생략한 채로 집을 팔고 사는 일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세상 물정과 상관없이 우리 인간을 ‘내 모습 그대로(just as I am)’ 받아주시는 분입니다. 성도들이 애송하는 찬송가 중에 이러한 주님의 모습을 노래한 찬송가가 있습니다.

(1절) 나 주의 도움 받고자 주 예수님께 빕니다 / 그 구원 허락하시사 날 받아주소서

(2절) 큰 죄에 빠져 영 죽을 날 위해 피 흘렸으니 / 주 형상대로 빚으사 날 받아주소서

(3절) 내 힘과 결심 약하여 늘 깨어지기 쉬우니 / 주 이름으로 구원해 날 받아주소서

(4절) 내 주님 서신 발 앞에 나 꿇어 엎드렸으니 / 그 크신 역사 이루게 날 받아주소서

(후렴)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주소서 /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아주소서

이 찬송가가 탄생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무디(D. L. Moody) 목사님이 스코틀랜드에서 부흥회를 인도할 때였습니다. 설교를 듣던 한 소녀가 목사님 앞으로 다가와 간절한 마음으로 “목사님! 하나님께서 저를 구원해주셨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마음껏 드리며 살고 싶고 주님의 더 큰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무디 목사님은 “성경책을 읽어라. 성경책에는 하나님의 풍성한 세계가 가득히 펼쳐져 있단다. 그리고 네가 가지고 있는 건강을 주님 앞에 드리고 하나님께서 네게 주신 작은 재물이라도 하나님 앞에 드리며 살아가거라. 그러면 주님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이 대답을 들은 소녀가 눈물을 주르르 흘리더니 “저는 글을 배우지 못해 성경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몸도 약하고 가난해서 가진 것도 없습니다. 이런 저를 받아주실까요?”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무디 목사님은 “그럼, 받아주시고 말고!”라고 짧게 대답했는데 그 순간 소녀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무디 전도단이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소녀의 기도내용이 “주님 내 모습 이대로 받아주세요(Take me as I am.)”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찬양대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해밀턴(Eliza H. Hamilton) 여사가 시로 쓴 것이 찬송가 가사가 되었고, 무디 목사님의 평생 전도 동역자였던 생키(I. D. Sankey)가 곡을 붙여 지금의 새찬송가 214장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내용의 찬송가로 282장이 있습니다. “큰 죄에 빠진 날 위해 주 보혈 흘려주시고 또 나를 오라 하시니 주께로 거저 갑니다(Just as I am...I come)”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이 찬송가는 영국의 엘리옷(C. Elliott)이 지은 시에다 곡을 붙인 것입니다. 엘리옷은 32세 되던 해에 불명의 병으로 장애인이 된 이후 하나님이 자기를 버렸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고, 불평과 불만에 찬 나머지 신앙심 깊고 명랑했던 성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비뚤어진 성격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정신적으로 거의 파탄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친구 목사님을 집으로 초청했는데, 그때 목사님이 엘리옷에게 던진 한 마디, “지금 그대로 하나님께 나아가라(Just come to Him as you are)”는 권고가 그녀의 가슴에 천금의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로 그녀의 삶의 태도가 놀랍게 변화되었으며, 목사님의 권고를 기억하면서 “Just as I am(내 모습 그대로)”이라는 찬송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부흥사로 알려진 빌리 그래함 목사님도 이 찬송가를 통해 회심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의 신분이 어떠하든, 나의 형편이 어떠하든, 주님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시고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받아주신다는 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런저런 자격 따질 것 없이 현재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주님께 나아오기만 하면 주님께서 다 용납해주신다는 은혜로운 메시지, 그것이 바로 값없이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의 무상의 호의(好意, favor)인 은혜요 복음인 것입니다. 성 어거스틴은 “만일 우리가 하나님께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그것 자체가 바로 그분의 은혜입니다”라고 말했는데, 복음의 핵심을 찌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복음 7장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에 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예수께서 한 바리새파 사람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 들어가 음식을 들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 행실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으셨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향유가 담긴 옥합을 가지고 와서 예수님 발 곁에 섰습니다. 울면서 눈물로 그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씻으며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었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을 지켜보면서 호스트인 바리새인은 몹시 못마땅해했지만 예수님은 이에 아랑곳하시지 않고 이 여인을 극구 칭찬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믿음을 보시고 사죄를 선언하시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여인을 ‘그 모습 그대로(as-is)’ 용납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 하나만 보시고 우리를 의롭다고 여겨주신 것은 우리 자신의 선행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과 은혜 때문입니다. 조건과 자격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우리’를 용납해주신 하나님의 아가페적인 사랑과 값없는 은혜에 우리 모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로마서 3:23-24)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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