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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들었다 놨다…데뷔 35주년 조수미 ‘어버이날 콘서트’

해금 연주자 나리(왼쪽부터), 뮤지컬 배우 겸 테너 윤영석, 조수미, 지휘자 최영선© 뉴스1

나팔바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음악에 맞춰 한껏 골반을 흔들어댄다. ‘오, 맘마미아~하우 캔 아이 리지스트 유.'(Oh, Mamma mia~ how can I resist you) 바통을 이어받은 객석도 들썩들썩. 여기는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콘서트 현장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한차례 취소됐던 조수미의 어버이날 기념 콘서트 ‘나의 어머니’가 1년 만인 8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어버이날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코로나19로 치진 마음을 위로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공연은 정확히 그 취지에 부합했다. 조수미는 때로는 사모곡으로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노래하고, 한편으로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춤까지 곁들이며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며 코로나19를 잊게 했다.

공연 구성도 이에 맞게 짠 것으로 보인다. 1부에서는 폴란드 민요 ‘친애하는 어머니’로 시작해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아돌프 애덤스의 오페라 ‘투우사’ 중 ‘아! 어머님께 말씀드릴게요’, 도니제티의 오페라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중 ‘어머니를 사랑해’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2부에서 가서는 좀 더 귀에 익숙한 레퍼토리가 이어졌다.

다소 처연한 분위기의 하덕규 ‘가시나무’가 끝나고 이어서 뮤지컬 ‘맘마미아’ 중 ‘맘마미아’가 시작되자 조수미는 갑자기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어던져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선글라스에 나팔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은 영락없는 주크박스 뮤지컬 주인공이었다.

예정된 공연이 끝나자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풍성한 3부가 기다리고 있다”고 예고한 조수미는 이후 ‘엄마야 누나야’, ‘사랑의 찬가’, ‘어머니의 마음’, ‘라데츠키 행진곡’ 등으로 30여 분간 앙코르를 선보이고 공연을 마무리했다.

마스크를 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빨리 나온다고 목걸이를 못 하고 나왔어요, 신경이 다 목걸이에 가 있어서 가사를 틀렸어요”라는 실수 고백에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정통 성악 공연이 아닌 곳에서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가 보인 ‘캐주얼’한 모습은 오히려 관객의 긴장을 풀게 했다.

올해는 조수미의 세계무대 데뷔 35주년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난 뒤 축하 꽃다발을 받은 그는 “35년 더 노래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또 “코로나가 여전한데 어버이날을 맞은 건 다시 있어선 안 되는 날”이라며 “해피 페어런츠데이(Happy parents’ Day)”라고 인사를 전했다.

양은하 기자 yeh25@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