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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신앙에서 벗어납시다] 김재동 원로목사 신앙칼럼

살다보면 우리는 가끔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고 슬럼프에 빠져 심신이 나른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며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디프레션’(depression)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어느 특정인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증상은 아닙니다. 때로는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인데도 침체의 수렁에 빠졌던 경험을 털어놓곤 합니다.

수퍼 베스트셀러인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영국의 롤링이라는 여인도 한때 극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20대 중반에 포르투칼에서 영어 교사를 하던 중 포르투칼 TV 기자와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았지만 결혼 2년 만에 이혼을 했습니다. 싱글 맘이 된 롤링은 4개월 된 딸 제시카를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와 싸구려 아파트를 렌트하려고 했으나 너무 가난해서 친구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빌려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이 때 롤링은 자기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다는 허망한 생각에 자살의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깊은 수렁으로 추락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절망감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어린 딸을 생각하면서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딸을 위해서도 내가 이래서는 안 되지!” 하면서 마음의 고삐를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인지행동 치료’ 방법을 통해 우울증을 다스렸습니다. 그러면서 이 허름한 아파트에서 우울증과 싸우며 『해리 포터』시리즈의 첫 작품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집필했습니다. 이 시리즈가 크게 히트를 하면서 계속 시리즈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쓰는 소설마다 공전의 히트를 하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엄청난 저작권을 챙기게 되었고, 그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롤링은 우울증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우울증은 죄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조금도 창피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난 정말 엄청나게 어려운 시절을 겪었으며, 이 모든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사실 우울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심리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가리켜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분석해보건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일컫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감기는 흔한 병으로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걸릴 수 있듯이, 비록 평소 쾌활한 사람일지라도 환경에 따라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있다.

둘째로, 감기가 별치 않은 병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간 자칫 폐렴과 같은 합병 증세를 일으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울증을 포함해 심리적, 영적 침체에 오래 머물러 있지 말고 가능한 한 속히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의사와 약물의 도움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도 Depression을 경험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엘리야 선지자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엘리야 선지자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선지자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력이 뛰어난 선지자로서 수많은 기적을 베풀었습니다. 특히 그는 갈멜산상에서 450명의 바알 선지자들과의 대결에서 혈혈단신으로 장쾌한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열왕기상 19장). 그랬던 그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 이세벨 왕후의 기세에 눌려 급격하게 영적 침체에 빠져듭니다. 이른바 급성 우울증(acute depression)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증세는 평소에 늘 반복되는 만성 우울증(chronic depression)과 달리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급격하게 일어나는 증세입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능고사를 망치고 나서 허탈감과 실의에 빠져 평소 때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 그리고 산모들이 출산 후에 겪는 산후 우울증이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엘리야는 북왕국 이스라엘에서 예언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세벨이 자기 목숨을 노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남왕국의 최남단 도시인 브엘세바 즉 가장 먼 곳까지 단숨에 내달아 도피했습니다. 거기서 사환을 떼어놓고 혼자서 인적이 드문 광야로 하룻길을 걸어가서 로뎀 나무 아래에 주저앉아 하나님께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여호와여,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지금 당장 저의 생명을 취하여주옵소서.”

그는 마치 그가 지금까지 수없이 경험했던 바로 그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을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와 하나님을 연결시켜 주었던 견고한 신앙의 고리가 그만 뚝 끊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하나님이 자기를 버리시기라도 한 듯 스스로 설움에 겨워 자기연민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을 위해 온갖 충성을 다 바쳤는데, 그래봐야 여느 조상들보다 하등 나을 게 없으며, 한낱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취급당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초라해 보였던 것입니다. 이 순간 그토록 위대했던 선지자의 자존감(self-esteem)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자들이 우울증에 더 쉽게 빠져든다는 것이 정신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인데,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엘리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와 성정이 같은 엘리야”라는 아고보서 5:17의 말씀에 공감하게
됩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엘리야도 결국은 인간인지라 때로는 좌절하고 낙심하여 영적인 침체에 빠졌던 것입니다. 갈멜산에서의 엘리야와 로뎀나무 아래에서의 엘리야가 다른 엘리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갈멜산에도 계셨고 지금 로뎀나무 아래에도 계십니다. 언제나 엘리야와 함께 하셨던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시며, 언제든 놀라운 능력을 베푸실 수 있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하나도 달라지신 것이 없습니다. 오직 엘리야만 달라진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시선을 놓쳐버릴 때 신앙적으로 실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야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항상 자신을 돌보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바라보았어야만 했습니다. 마치 베드로가 예수님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물 위를 걸어가다가 풍랑을 보는 순간 예수님에게서 시선을 놓쳐버림으로써 무서움에 바다에 빠져 들어갔던 것처럼 엘리야도 한 순간 영적으로 까막눈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른바 ‘영적 정전현상’(spiritual blackout)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군 다윗이 밧세바와의 간음죄를 지을 때도 순간적으로 영적 정전현상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그만 실족하게 되는 것이므로 우리는 잠시라도 마음 줄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쫓기는 신세가 된 엘리야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또한 고적감에 몸부림치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적막강산에 혼자 내동댕이쳐졌다는 생각에 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외로움을 느낄 때 보다 더 쉽게 우울감에 빠지게 됩니다.
(열왕기상 19:10)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
사실은 하나님께서는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하고 무릎꿇지 아니한 자 7,000명을 남겨두셨는데 그는 제 멋대로 스스로 외톨이라고 단정했던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은 그에게 새로운 사명감을 부여하시면서 다시금 힘을 내도록 침체된 그의 신앙을 회복시켜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회복(refreshing)과 치유(healing)의 은총입니다. 우울증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불청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우울증을 극복함으로써 인생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어리석은 삶에서 벗어나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삶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세출의 지도자였던 모세도 한때 우울증세를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민수기 11장을 보면, 백성들이 광야에서 음식으로 인해 여호와와 모세를 원망하며 목놓아 엉엉 울며 신세타령을 할 때 모세는 일순간 심한 우울증에 빠져 하나님께 분노와 원망과 불평을 쏟아놓으며 차라리 자신을 죽여 달라고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는 너무 과중한 책임과 업무로 인해 완전히 번아웃(burnout)된 상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과로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은 현대 정신의학자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호소를 들으시고 모세의 장인을 통해 중간 지도자들을 세워 그 짐을 분담케 하도록 멘토링하심으로 그의 과중한 짐을 덜어주셨습니다. 요즘에 들어 리더십의 중요한 이론으로 ‘멘토링’(mentoring)‘과 ’코칭‘(coaching) 그리고 위임’(empowerment)의 기법들을 강조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그 당시에 이 이론들을 적용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연유로 영적인 침체에 빠지든 하나님은 결코 모른 채 방관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항상 하나님께로 속히 돌이켜 그 분이 주시는 청량음료(refreshment)를 받아 마시고 다시금 영적인 힘을 회복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다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재동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