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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냐 ‘재봉쇄’냐…갈림길 선 국가들

“일상 회복 위해 사망 건수 얼마만큼 감수할 지가 관건”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원인 모를 ‘폐렴’이 2020년 3월 세계적 대유행병 ‘팬데믹’으로 선언된 지 1년 반이 흘렀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백신만 완성되면 모든 걸 끝낼 수 있으리란 희망에 전 세계는 봉쇄와 물류 대란, 경제적 피해를 참고 견뎠다.

2020년 12월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손에 잡히는 듯했던 팬데믹 종식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요원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놀라운 ‘진화력’을 실감한 상황에서 각국은 이제 고강도 방역 유지 여부를 두고 갈림길에 서고 있다.

◇발원지 중국, 여전히 ‘코로나 제로’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 제로(0)’를 목표로 고강도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백신 완전 접종률이 50%를 훌쩍 넘어섰지만, 모든 입국자에 대해 백신 접종 여부를 불문하고 3주 격리 의무를 유지한다. 코로나19 발병 초반과 마찬가지로 공항이든 항구든 확진자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셧다운에 들어간다. 지난 8월 닝보항이, 7월엔 난징 공항이 이렇게 문을 닫은 적이 있다.

팬데믹 초반에는 지역을 불문하고 확산세가 높은 국가들이 모두 코로나 제로 방역을 실시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신이 나올 날만 참으며 방역 고삐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던 이들 국가는 대규모 백신 공급과 함께 방역을 대폭 완화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제로는 불가능”…공존 모색하는 국가들

가장 파격적인 길을 처음 발표한 건 싱가포르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감염 제로 방역을 해오던 싱가포르 보건 당국은 지난 6월 “코로나19는 결코 사라지지 않지만, 독감이나 수족구병, 수두처럼 덜 위협적으로 만들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며 코로나와의 공존,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vid)’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높은 백신 접종률이었다. 싱가포르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현재 80%에 근접한다.

7월부터 영국과 미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에 준하는 대대적인 방역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프랑스, 아일랜드,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아태지역에선 호주와 태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도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80%(과거 ‘집단 면역’ 기준으로 불리던 지점)를 달성하면 일상을 회복해 코로나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위드 코로나 시험대

올봄 인도를 강타한 뒤 전 세계로 퍼진 델타 변이 유행 장기화는 위드 코로나 실현을 방해하는 주요 변수가 됐다. 위드 코로나를 검토해온 국가들은 모두 백신 접종률이 50~80%로 높지만, 최근 ‘n차’ 유행을 겪으며 감염 증가를 겪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7일(현지시간) 기준 10만여 명으로, 최대 30만에 근접했던 올해 1월 기록의 3분의 1, 영국은 3만 7000여 명으로 6만 명을 넘어섰던 1월 기록의 3분의 2 수준까지 감염세가 반등했다. 싱가포르 역시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위드 코로나를 목표로 펴온 ‘점진적 방역 완화’를 중단한 상태다.

◇올 가을~2022년엔 가능?…또 다른 변이 출현 가능성도

접종률 목표치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국가들은 그 도달 시점을 위드 코로나 시작 시기로 잡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올 연말까지 백신 접종을 서둘러 내년 초부터는 위드 코로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고, 핀란드는 이르면 내달 중 80% 접종 목표를 달성해 방역 완화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또 다른 변이의 출현 가능성은 열린 변수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시하는 우려 변이는 델타 등 4종, 관심 변이는 뮤와 람다 등 5종이며, 앞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12종의 변이 목록이 관리되고 있다.

이그나시오 로페스 고니 스페인 나바라대 미생물학 교수는 ABC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지,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모른다”면서 “더 치명적으로 변할지, ‘약화’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진화를 ‘약화’로 판단할 기준으로 그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만한 사망자 수’를 제시했다.

즉, 각국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사망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위드 코로나 시행 여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치명률은 흔히 독감의 치명률이 비교 기준으로 거론되는데, 독감 치명률도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사실 처음 위드 코로나 로드맵을 제시한 싱가포르의 경우 연평균 독감 사망자 수는 800명으로,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55)보다 훨씬 많다.

살바도르 페이로 스페인 공중보건전문가는 “코로나19는 독감이나 감기와는 상당히 달라 계절성 발병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스나 메르스처럼 이따금 발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 정상적인 삶은 더 일찍 재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