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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마음의 정원 가꾸기



우리는 정성껏 가꾸어 놓은 정원을 여행 목적지로 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롱우드 가든(Longwood Gardens)은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천 에이커가 넘는 광대한 지역에 조성된 식물원으로서 매우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 제가 2년 전에 두 번째로 들렀던 캐나다 빅토리아 지역의 부챠트 가든(Butchart Gardens)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이렇게 대규모로 조성된 정원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꽤 규모가 큰 정원들이 많이 있으며, 정원마다 그 나름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른 아침에 운동 삼아 일부러 이 동네 저 동네를 산책하면서 집 주인들이 정성스레 가꿔놓은 정원들을 둘러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인데,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의 정원도 아름답게 가꿀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도 정원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꾸면 예뻐지고 방치하면 흉하게 보입니다. 사실 가꾸지 않는 정원은 정원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올해 5월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보니 정원이 너무 흉해 보였습니다. 가꾸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정원이래야 그저 한 뼘쯤 되는 보잘 것 없는 정원이지만 그래도 늘 드나들며 보지 않을 수 없는 곳인데 그냥 방치할 수는 없어 며칠간 수고를 해서 잔디와 잡초를 캐내고 다년생 꽃나무 몇 그루와 일년초 꽃 몇 포기를 사다 심고 열심히 물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초라하게 볼품없던 꽃들이 잘 자라 형형색색 어우러져 동네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기쁨을 줄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사한 지 거의 반년이 다 된 최근에서야 Homeowner's Association(HOA)에서 정원이 규정위반이니 고치라는 ‘correction of violation’ 통지서와 함께 고친 후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내용의 서신이 사진과 함께 이메일로 날아왔습니다. 사진을 보니 전 주인이 살던 때의 정원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이사 온 주인이라는 사연과 함께 단장한 사진을 보냈더니 매우 흐뭇해하며 고맙다는 답 메일이 왔습니다.



성경은 우리의 ‘마음이 생명의 근원’이라고 말씀하면서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잠언 4:20-23) “내 아들아, 내 말에 주의하며 내가 말하는 것에 네 귀를 기울이라. 그것을 네 눈에서 따나게 하지 말며 네 마음 속에 지키라. 그것은 얻는 자에게 생명이 되며 그의 온 육체의 건강이 됨이니라. 모든 지킨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우리 마음은 원죄로 말미암은 죄성 때문에 관리하지 않으면 악으로 치닫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성악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17:9은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와 비극과 불행의 근원은 마음에 있습니다. 인생이 망가지고 세상이 혼탁한 이유가 바로 인간의 부패한 마음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어

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우리가 평생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과제는 마음을 가꾸는 일입니다. 마음의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합니다.

저는 도시로 고등학교 유학을 떠나기 전에는 농촌에서 자라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농번기에는 가끔 결석을 하면서까지 농사일을 열심히 거들었습니다. 밭일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이 있습니다. 밭에 심어놓은 곡식보다는 잡초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라라는 곡식은 잘 자라지 않고 자라지 말라는 잡초는 어찌 그리도 무성하게 잘 자라는지...비가 한 번 뿌리고 나면 온통 잡초들 세상입니다.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는데도 어디선가 씨가 날아와 군데군데 소복하게 잡초들이 싹을 틔웁니다. 그리고 잠시라도 방치해두면 어느새 쑥쑥 자라서 곡식을 위협하기 일수입니다. 곡식은 물을 주고 김을 매고 북을 돋우고 비료를 주면서 온갖 정성을 들여야 자라는데 잡초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순식간에 무성하게 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곡식과 잡초의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라고 이름 붙여보고 싶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The bad money drives out the good money.)”는 것이 그레샴의 법칙입니다. 가치 없는 악화인 은화가 가치 있는 양화인 금화를 몰아내듯이, 가치 없는 잡초 따위가 가치 있는 곡식을 몰아내는 어처구니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역설적인 상황을 바르게 바꿔놓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자적인 의미로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이지만, 흔히 하는 말로는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뜻입니다. 비록 불교용어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흔하게 경험하고 또한 공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하다”는 잠언 23:7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마음의 습관, 생각의 습관, 태도의 습관, 행동의 습관을 갖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므로 무엇보다도 어떠한 마음을 갖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지킨다’는 말은 우리의 마음의 정원에 잡초가 침입하지 않도록 울타리를 견고하게 치는 것을 말합니다. 영어의 garden(정원)의 어원은 ‘둘러싸다(enclose)’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외부로부터의 보호와 돌봄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침입해오는 잡초와 같은 생각에 대해 잠시라고 방심하면 그만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리고 맙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였지만 아차, 방심하는 순간에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우리아 장군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는 죄악을 저지름으로써 인생의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요셉은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하나님 경외하는 믿음으로 단호하게 물리침으로써 위대한 신앙인으로 길이길이 칭송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정원을 지키기 위해 외부로부터 침입해오는 잡초를 막는 소극적인 노력도 해야겠지만, 더 효과적인 방법은 곡식을 잘 가꿔 잡초가 맥을 못 추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주님은 이 두 가지 방법을 함축적으로 일러주셨습니다.

(누가복음 6:45)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

주님의 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 모두 마음 속에 악을 제하고 선을 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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