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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스트레스를 관리합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트레스(stress)’라는 말은 내분비학자인 한스 셀리에(Hans Selye)가 의학에 적용하면서 널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의 사전적 의미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생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요는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지속적인 경우가 문제입니다. 스트레스는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긴장(tension) 또는 부담(load)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긴장이나 부담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과도한 긴장이나 과부하(過負荷)는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제거 또는 극복이라는 말 대신 관리라는 말이 더 적합하리라 봅니다.

관리라는 말에는 적정한 상태로 조절한다(adjust)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현악기는 현을 적정한 강도로 팽팽하게 해야 제 소리가 납니다. 이것을 ‘현에 스트레스를 준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만일 현이 너무 느슨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고 맙니다. 홈스 박사와 라헤 박사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잘 분석해서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고 있으면, 그로 인한 질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마흔세 가지의 '인생의 변화 단위'를 만들어 스트레스 지수를 산정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가장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경우는 배우자의 죽음이었으며, 이 경우의 스트레스 지수를 100으로 정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스트레스 진단표를 만들었습니다. 이 진단표에 의하면, 자신과 가족들이 당하는 인생의 변곡점이나 위기상황이 매우 강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고, 인간관계의 부조화도 스트레스의 주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가활동이나 종교활동과 같이 본인 스스로 어느 정도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는 것들도 비록 약하나마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흔히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만병’은 비단 육체적인 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병도 포함한 ‘모든 병’을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단 면역력(저항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병과 싸워 이길 힘이 달립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줄 아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성정이 다르므로 스트레스 관리법도 당연히 매우 다양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경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스트레스 유발상황을 줄이거나 피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알레르기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꽃가루나 먼지와 같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가에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자주 인용하곤 하는데, 이 말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누가 뭐래도 괘념치 말고 소신껏 밀어붙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발달한 요즘에는 악플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엊그제 한국의 한 배구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부 네티즌들이 쏟아낸 악성 댓글을 공개하며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 날에는 여성 유투버가 역시 악플과 루머에 시달려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여성의 어머니도 딸에 대한 악플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무시(I don’t care) 작전’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대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후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진영논리와 갈라치기로 극명하게 나누어진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지지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며, 이것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변동폭이 큰 널뛰기 주식 장세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밤잠을 설치는 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평정심입니다. 상황의 변동에 민감하게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차분한 마음을 갖도록 스스로를 다독일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스 요인 중에는 인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인력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 미국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의 기도문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평정심을 구하는 기도(Serenity Prayer)’라는 매우 짤막한 기도문입니다.

주여, 우리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정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사도 바울은 믿음의 사람이었지만 그에게도 남모르는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그는 임박한 재림사상을 가졌던 터라 예수님이 재림하시기 전에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도시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개척한 교회들이 이단자들로 인해 혹시라도 잘못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는 지난 날의 형언하기 어려웠던 고난의 목록을 나열한 후에 이런 고난들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일이 있노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11:28)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

여기서 ‘눌리는 일(pressure)’은 요즘식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을 말합니다. 그는 복음을 위해 ‘거룩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무상 받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가능한 한 일상생활 속에서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조금만 노력하면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잘 관리함으로써 육체와 정신과 영적인 면에서 늘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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