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미국 선거, 후원금 얼마나 낼 수 있나?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부티지지 시장의 유세 현장
“미국 선거요? 한마디로 돈 선거죠. 조직이나 바람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지요.”

2000년 미 대선을 향한 공화, 민주당의 경선이 한창이었을 때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인데 선거 이야기를 하다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아니, 후진국도 아니고 미국이 돈 선거라니?” 그 진리를 깨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공화당 지지조직의 모임

# 머니 게임
금방 신 내린 용한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미국 선거의 결과 예측은 간단하다. 선거자금 모금액을 보면 누가 이길 것인지 결과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 같은 대형 선거에서는 100% 일치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선거자금의 비중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에 미국 선거를 ‘머니 게임(money game)’이라 부른다. 예전에 한국에서도 ‘5당4락’이란 씁쓸한 유행어가 있었다. 선거에서 4억 쓰면 떨어지고 5억 원 쓰면 이긴다는 말이다.



2020 대선의 우편투표함
요즘 한국에서는 세금으로 후보자들에게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한다. 과열방지와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 등을 이유로 한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철저하게 후보자가 선거자금을 조달해왔다. 2014년 연방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연방 선거와 주나 카운티, 시 등 지방 선거에 따라 정치 후원금 규정은 달라진다. 또 개인 후보에게 줄 때와 특정 정치 단체나 정당에 기부할 때 등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선거 홍보를 하고 있다.
# 개인은 후원금 얼마나 낼 수 있나?
이웃집에 개인 사업을 하는 50대인 로시 가족이 산다. 주말이면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좋아하는 그가 얼마 전 맛있는 스테이크를 굽는다며 오라고 불렀다.
그는 열렬 민주당 지지자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후보에 몇 백 달러씩 후원금을 보냈어요. 이번 대선에서는 큰맘 먹고 2,000달러를 보냈어요. 마음 같아서는 1만 달러라도 보내고 싶은데 후원금 제한이 있는데다 주머니 사정도 있고 해서요.”



대선 투표장의 모습
그는 트럼프를 이번에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다. 그의 대학생 아들인 대니얼도 민주당 지지자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버니 샌더스 후보에 100달러를 보냈다고 한다. 파트타임으로 일해 번 돈이다.

“사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거기서 거기잖아요. 그나마 샌더스가 때가 덜 묻고 새로운 미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지지해요.”
그는 동네 근처인 스프링필드라는 곳에 샌더스가 유세 집회를 했을 때 만사 제쳐 놓고 달려가는 열성을 보였다.

챕 피터슨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의 모금파티에 참석한 랠프 노담 주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1인당 최대 2,800불까지
미국에서 선거자금을 내는 주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개인과 기업 또는 단체다. 이중 개인이 특정 정치인에게 주는 후원금을 ‘하드머니(Hard Money)’라 부른다.

기업, 단체가 공화당이나 민주당 같은 정당이나 팩(PAC)이라 불리는 정치활동위원회 같은 정치 후원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돈을 ‘소프트 머니(Soft Money)’로 부른다.

개인이 후보에게 직접 제공하는 하드머니는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의 규제를 받는다. 액수에 제한이 있고 규제가 강하기에 하드 머니라 부르는 것이다.

개인이 낼 수 있는 기부금의 한도액은 해마다 조금씩 바뀐다. 2020년에 개인이 한 선거에서 후보자 1명에게 직접 주거나 후보를 후원하는 단체에 줄 수 있는 기부금은 1인당 최대 2천800달러다.

만약 대통령 선거라면 정당 경선에서와 본선에서 각각 낼 수 있으니 최대 5천600달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2년마다 치러지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라면 2년간 최대 2천800달러를 줄 수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개인 지지자들은 200달러 미만의 소액으로 후원금을 낸다. 200달러를 넘으면 기부자가 누구인지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풀뿌리 개인 후원금이 ‘쌈짓돈’ 수준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미 전국에서 모이면 거액이 된다. AP통신에 따르면 2020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캠프 모금액은 총 4천76만 달러였는데 이중 99%가 200달러 미만의 소액 기부였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선거 캠페인.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소액 기부자 모금액 1위를 차지했다. 1천819만달러였다. 샌더스 의원은 전체 후원금의 84%가 200달러 미만의 소액 후원이었다.

풀뿌리 지지자들이 내는 소액 기부는 돈의 규모를 떠나 선거에서의 전국적인 지지도나 판세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각 캠프에서는 중요하게 여긴다.

# 개인이 정당에 낼 수 있는 후원금은 얼마일까?
만일 한 명이 아닌 여러 후보에게 줄 수 있는 기부금 총액은 얼마일까? 그동안은 4만8600달러, 정당 기부금 총액은 7만4600달러로 제한돼 있었다.

그런데 2014년 연방 대법원은 이 연방 선거법 조항에 대해 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 선거법을 두고 표현의 자유가 먼저냐, 부정 및 금권선거 방지가 우선이냐를 둘러싼 가치가 대립하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었다.
사실상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 제한을 없앤 것이다.

한 개인이 특정 정치인에게 한 선거당 최대 2,800달러만 줄 수 있는 규정만 지키면 여러 후보와 정당에 후원금을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정치활동위원회(PAC)이나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전국위원회(한국으로 치면 중앙당 비슷한 기구다)에도 무제한 낼 수 있다.

자동차 범퍼에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 지방마다 달라서
후원금의 규모는 각 주에 따라 다르다. 버지니아와 미주리, 오레곤, 유타 등 4개주는 기부금 액수 제한이 없다. 메릴랜드 주에서는 개인이 후보 개인에게 최대 4,000달러를 줄 수 있지만 2015년부터는 6,000달러로 확대됐다.

앨라배마와 인디애나, 아이오와, 미시시피, 노스 다코타,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등 7개 주는 최소한의 기부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체나 조합의 후원금 기부는 제한하지만 그 외는 액수에 상관없이 기부를 하게 하는 식이다.

나머지 39개주는 기부자가 개인인지, 정치적 모임인지, 기업인지 등에 따라 다르다.

한인 부인을 둔 래리호건 메릴랜드주지사가 대선 투표장을 방문 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