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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워싱턴에서 살려면 한 달에 얼마나 들까?


# DC의 1인 생활비는 3천불
“어휴, 은퇴하면 시골이나 다른 주에 가서 살든지 해야지….”
워싱턴 근교에서 사는 주민들이면 한번쯤 이럼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만큼 물가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move.org라는 미국 내 주거 관련 통계를 내는 기업이 있다. 여기서 2019년에 전국의 75개 도시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생활비를 조사해 평균을 냈다. 1 베드룸 아파트의 월세, 전기세 등의 관리비, 인터넷 사용료, 식비를 포함한 통계였다.

워싱턴 DC의 경우 1인이 한 달을 살려면 평균 월세 2,263달러, 관리비 123달러, 식비 451달러 등 총 평균 3,055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지방으로 내려가면 생활비는 훨씬 싸진다.
워싱턴에서 4시간 떨어진 버지니아의 남동쪽의 해안 도시인 버지니아비치는 월세 1,178달러, 관리비 136달러, 식비 351달러 등 총 평균 1,859달러이면 한 달 생활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는 샌프란시스코로 월 평균 4천210달러가 든다. 이 도시에는 실리콘 밸리가 있어 젊은 고소득층이 많이 살아 주택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 연 10만불 있어야 안정적 생활 가능
그러면 내가 사는 페어팩스 카운티를 기준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2019년에 비영리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가 ‘가족 재정 계산서’(Family Budget Calculator)란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워싱턴 지역에서 4인 가족이 궁색하지 않게 살려면 1년에 10만5천339달러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즉 1년에 1억2천만 원은 벌어야 그런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카운티별로 차이가 나는데 워싱턴 남쪽의 페어팩스 카운티는 11만4천 달러가 든다. 워싱턴 북쪽인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 역시 10만 4천여 달러가 든다.


# 항목별 생활비 내역
4인 가족 월 생활비를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집에 들어가는 돈이 1천951달러로 가장 많았다.
렌트비나 모기지(주택융자 상환금)가 거의 2천 달러 가까이 지출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돈이 많이 드는 건 자녀 양육비로 1천752달러였다.
다음으로는 차량 및 교통비가 1천135달러이며 치료비나 약값, 보험료, 건강 유지를 위한 각종 헬스 케어 비용이 949달러가 든다.

그 다음은 식비로 898달러가 지출되며 또 쇼핑이나 저금 등 기타가 1천149달러였다.
세금도 1천675달러가 필요하다. 이를 합하면 한 달에 9천509달러가, 즉 1천만 원은 있어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궁색하지 않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웬만큼 벌어서는 정말 이런 동네에서 살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 지역 주민들의 연 평균 중간가구 소득을 보면 2018년 기준으로 11만3천810달러다. 수입과 지출이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연 10만 달러를 벌지 못한다고 이 지역에서 살지 못하는 건 아니다. 좀 더 작은 집에 살아 주거비를 줄이는 등 지출 규모를 적게 유지하면 연 6만 달러를 벌어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3인 가족 기준 구체적 생활비
그러면 평균 생활비가 어디에 얼마가 드는지 3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자. 지역마다 물가도 다르고 특히 주거비 차이가 많이 나기에 정답은 없다.
워싱턴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 인근은 생활비가 시골보다 훨씬 많이 든다.
똑 같은 급여를 받아도 시골에서는 더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가 있다.




-식품비
12개 들이 계란 4.49달러, 빵 한 덩어리 4.50달러, 아몬드 우유 한 통 4.29달러, 스테이크 한 덩어리 15달러….
며칠 전 웨그먼스(Wegmans)란 수퍼마켓에서 장을 봤다. 모두 14가지 품목을 샀는데 100달러 쯤 들었다.

미국생활에서 장보기는 대개 일주일 간격으로 하는 편이다. 한 주는 미국 마트를 가고, 다른 한 주에는 한국 마트를 번갈아 가는 게 보통이다.

지난주에 한국마트에서 장을 봤다. 무 한 개에 2.37달러, 양파 1팩 2.49달러, 쌀 15파운드 18달러, 청포도 1봉 3.65달러…. 모두 20가지 품목에 역시 120달러가 들었다.

보통 매달 네 차례 식품점을 찾는다. 한 번에 평균 100달러 조금 넘게 드니 3인 가족이 한 달이면 500달러를 식품비로 쓰는 셈이다.

-주거비
주거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렌트비나 아니면 모기지 페이먼트다. 페어팩스 카운티를 중심으로 렌트비를 먼저 살펴보자.

방 2개짜리 투 베드룸 콘도미니엄이나 아파트를 임대해 살게 되면 매달 2천 달러 안팎의 렌트비를 내야 한다. 방 3개짜리 타운 홈을 임대하게 되면 월 2천500달러쯤 든다.

다음은 자신의 집을 소유했을 경우다. 각 가정마다 집을 살 때 다운 페이(Down Payment: 집을 살 때 처음에 지불하는 돈)를 하는 게 다르지만 70만 달러짜리 싱글 홈을 20만 달러를 내고 나머지 50만 달러는 주택융자를 받았다면 매달 3천 달러가량의 융자 상환금을 내야 한다. 물론 각자의 크레딧 스코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만 달러짜리 타운 홈을 갖고 있다 치자. 집을 살 때 25%에 해당되는 10만 달러는 다운페이 했고 30만 달러는 융자를 받았다 치자. 매달 2천 달러가량의 융자상환금을 은행에 꼬박꼬박 내야 한다.

주거비에는 유틸리티 비용도 포함된다. 전기세 100달러, 개스비 250달러, 인터넷과 케이블 요금 100달러, 수도요금 80달러, 그리고 3인 가족 스마트폰 사용료로 250달러가량 든다.
각종 공과금으로 한 달에 800달러가량 필요한 것이다.

또 그 동네 커뮤니티에 매달 내는 HOA Fee도 있다. 커뮤니티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곳은 매달 300달러씩 내기도 한다.



-자동차 유지비
일반 가정에서는 보통 2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처럼 목돈을 주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운 페이를 한 후 나머지는 은행 융자를 받아 매달 내는 방식으로 구입한다.

현대 자동차의 제너시스와 토요타의 시에나 패밀리 밴을 갖고 있다 치자. 융자를 받아 산 4만 달러짜리 제너시스에는 매달 650달러가 든다. 중고 차량인 시에나 밴은 모두 현금으로 샀기에 별도로 내는 돈이 없다.
그러면 자동차 모기지 갚는데 매월 650달러가 든다.

자동차 유지비도 계산해보자. 차 한 대당 월 1천 마일을 뛴다고 치면 개스비(유류비용)가 합해서 적어도 350달러가 든다. 그리고 고장이 나면 고쳐야 하는 수리비도 만만찮다.

자동차 보험료도 무시할 수 없다. 2대에 매월 200달러는 계산해야 한다. 그러면 자동차 2대 유지비용으로 한 달에 1천500달러가량은 잡아야 하는 것이다.
-보험료 및 헬스 케어 비용
건강보험료도 부담된다. 부부 중에서 공무원이나 아니면 직장에서 좋은 건강보험 플랜에 가입해주면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다. 여기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시켜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신의 직장’은 많지 않다. 직장의 경우 당사자만 보험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가족은 오바마 케어 등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면 4인 가족에서 3명이 오바마 케어에 가입하면 적어도 매월 300달러는 든다.

물론 보험에도 풀 커버되는 플랜은 비싸다. 치과까지 포함되면 돈은 더 올라간다.
대부분의 보험은 치과는 포함하지 않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본인 부담금이 있다. 디덕터블(deductible)이 2천 달러이면 1년 동안 의료비용이 2천 달러 아래는 자신이 부담하고 그 이상이면 보험회사가 부담해준다.

치아라도 문제가 생겨 치과에 가게 되면 몇 천 달러는 우습게 나간다. 이가 썩어 발치를 하게 되면 2개만 빼도 1천 달러가 넘게 나온다. 임플란트를 하게 되면 1개당 3천 달러는 잡아야 한다.

헬스장에 다니거나 약값 등도 계산해야 한다. 헬스장은 매월 1백 달러 내외다.
-기타 비용
여기에다 외식비와 여가생활비도 추가해야 한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외식을 일주일에 한번 가볍게 하면 70달러씩, 한 달이면 280달러가 든다.

2016년의 통계를 보면 DC 주민들의 1인당 외식비는 3,883달러, 버지니아 2,877달러, 메릴랜드 2,772달러였고 전국 평균은 2,802달러였다.

또 여행도 가고, 휴가도 가야 하며, 아는 사람들과 식사도 해야 한다.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고 회비도 내야 할 일이 생긴다. 종교활동을 하면 십일조도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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