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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오징어 게임으로 까지 회자 되는 화천대유 사건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으로 일확천금을 한 화천대유가 돈을 마구 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화천대유 못지 않게 화제를 뿌리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해 다수 청년들은 자신들은 잔인한 게임에 죽어나간 탈락자냐고 격분하고 있단다. 화천대유가 6년 정도 일하고 퇴사한 야당 유력 의원의 아들에게 50억 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그중 44억 원은 산재위로금이라고 설명했다. 어지럼증에 걸리는 등 건강이 악화된 데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 곽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당사자 30대 초반 청년 곽씨의 퇴직금 실수령액 28억원으론 어지간한 강남 아파트를 사고도 몇 억이 남는다. 부동산 폭등에 ‘벼락 거지’가 된 청년들은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현직 국회의원 아들이 그러고도 ‘오징어 게임의 말[馬]’ 운운 해명을 하자 분노하고 있다. 최후 생존자 1명이 우승 상금 456억원을 받으려면 나머지 참가자 455명이 죽어야 하는 것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룰이다.

청년들 사이에선 ‘곽씨가 우승자냐’ ‘우리는 열심히 안 살아서 아파트 한 채도 못 사느냐’ 같은 말이 나온단다. 최고 연봉을 받는 유력 보수언론의 한 기자 조차 곽씨가 퇴직금 50억원의 대가로 열거한 기침·이명·어지럼증이 엄살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곽씨의 건강 사정이 매일 배달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과속과 신호 위반을 하는 배달 기사들의 위험보다 중해 보이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을 언급할 자격은 곽씨가 아니라 코로나로 극단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 거리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배달 기사들에게 있다고 쓰면서 격분하고 있다.

화천대유가 여기저기 뿌린 돈은 배당금으로 받거나 분양사업으로 쉽게 번 돈이다. 일단은 표면적 대주주로 알려진 언론인 출신 김만배 씨의 가족과 지인들로 구성된 천화동인 1∼7호가 받은 배당금은 투자금의 1000배가 넘는다. 이 경우는 초기 자본금이 아니라 분명 투자금 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4호를 소유한 한 변호사는 8000여만 원을 투자해 1000억 원을 벌었다. 그 변호사의 부인도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 참여해 투자했는데, 민간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60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고 한다.

여권의 대선 유력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의혹을 부인하며 ‘성공한 개발사업’이라며 본인의 대표적 치적으로 꼽았던 이 사업의 파장이 이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비상식적으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 수익이 흘러간 곳에 여야 보수 진보를 망리한 정치·법조인들의 이름이 드러나고 있다. 백번 양보해도 어쨌든 이 사업이 이 지사의 치적으로 남기는 어렵게 됐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사업에 이른바 ‘토건세력’이 개입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토건세력이란 부동산 개발이익을 나눠 갖기 위해 똘똘 뭉친 이익집단이다. 딱히 ‘누가’ 토건세력이 된다는 공식은 없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정보가 많고, 권력이 있거나, 권력에 접근하기 쉬운 자들이다. 예를 들면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이 있다. 화천대유와 그 주변엔 벌써부터 이들 모두가 음습하게 등장한다. 언론이 토건세력의 한 축임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 많은 언론인들을 부끄럽게 한단다. 언론사 상당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동산 기사와 정보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 말이 ‘투자정보’이지 사실상 ‘투기정보’를 버젓이 기사로 포장해 ‘클릭질’을 유도하는 언론사들도 부지기수다.

대개 개발사업의 이익은 토지에서 발생한다. 도시개발사업에 수반되는 막강한 ‘토지수용권’을 앞세워 땅을 싸게 사들인 뒤 폭리를 취해 되파는 경우다. 원래는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주거가 불안정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 응당 돌아갔어야 할 몫이다.

때문에 주택 개발사업의 가장 어려운 관문은 토지 확보다. 이번 대장동 사업에서는 공공의 힘으로 민간 토지를 수용했다. 토지를 수용당한 일부 주민들은 지금도 “당시 시세의 반값 정도만 보상받았다”고 반발한다. 민간이 단독으로 땅을 사들였다면 주민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화하거나 중단될 수 있었다고 볼 대목이다. 민간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공공사업에서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게 특혜 의혹의 핵심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높은 리스크”를 주장하지만 정황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가깝다. 대장동 원주민들이 토지 수용에 응한 것은 ‘공공’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공공이 위험을 없애주고 민간이 이익을 챙겼다. 사업 공고 때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공공의 외피를 쓰고 진행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화천대유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잔면적인 수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수사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온적이다. 경찰은 금융정보분석원이 화천대유 관련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며 관련 자료를 넘긴 지 5개월 만에 김만배씨를 입건도 하지 않고 참고인으로 불렀다. 검찰은 각종 고발이 쏟아지면서 수사에 착수했다고는 하지만 압수 수색이나 계좌 추적 등에는 손 놓고 있다.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지만 여당 유력 대선 주자의 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의혹 사건이라 여당이 동의할 리가 없다고 얘기된다. 이 요지경의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검경이 적극 나서 압수 수색이라도 실시해 증거 인멸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다.

이번 판교대장지구 사태가 ‘공영의 탈을 쓴 민영개발’의 문제라면 이를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화천대유 논란이 단지 비리 여부와 그 대상자들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공개념 논의 확대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