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이은애 영양학교수 건강칼럼

강남중 기자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의 문턱에서

어느듯 입추!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의 문턱에서 아름다운 스토리와 함께한 동영상을 나눕니다.

아름다운 날 되시기를 바라며

이은애드림

누룽지 할머니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했습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아서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은 사 먹기도 했습니다.

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끼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을 거뜬히 비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셨습니다.

남학생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남학생은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져 있었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할머니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조회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눈 감아라. 학교 앞 할머니 식당에서 식사하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들어라."

순간 남학생은 뜨끔했습니다.
그와 친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얼마 전에 건강상의 문제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잠시 목소리가 떨리시던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분한테 들은 얘긴데, 거스름돈은 자취하거나 형편이
어려워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끓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남학생은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할머니 식당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굳게 닫힌 식당 앞에서 죄송하다며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말없이 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어쩌면 할머니가 배고픈 학생들에게 내민 건 '누룽지' 한 그릇이 아니라 '희망'을 나누고자 한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당신이 가진 것을 주는 것은 작은 일에 불과하다.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베풂이다. 칼릴 지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