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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광복절과 유월절

[caption id="attachment_50897" align="alignnone" width="700"] 양국국기[/caption]

올해로 8.15 광복 7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광복절이 있다면, 유대인들에게는 유월절(逾越節, Passover)이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의 압제에서 해방돼 자유의 빛을 되찾은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감격스러운 날을 기억하기 위해 자손 대대로 지키는 절기가 바로 유월절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비밀병기로 예비해놓으신 영도자 모세를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을 바로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일찍이 애굽에서의 종살이를 내다보시고 아브라함을 통해 출애굽을 약속하신 바 있습니다.

(창세기 15:13-14)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반드시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히리니 그들이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벌할지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



하나님께서는 아직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기도 전에, 그리고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과 국가가 태동하기도 전에 출애굽 사건을 예언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예언을 이루시기 위해 먼저 요셉을 애굽 땅에 보내 총리로 세우시고, 그를 통해 야곱의 가족들이 집단 이주를 하게 하시고, 기름진 고센 지역에서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게 하시고, 드디어 약속하신 400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그들을 노예로 부리며 괴롭히는 애굽인들을 열 가지 재앙을 통해 징벌하심으로써 마침내 바로 왕이 항복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내쫓다시피 해방시키는 통쾌한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이스라엘 백성은 많은 금은 패물뿐만 아니라 많은 가축 떼까지 이끌고 나오게 됩니다.

출애굽 사건은 그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기획하시고 연출하신 한 편의 대하 드라마입니다. 출애굽 사건을 정치학적으로 또는 사회학적으로 해석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민족적인 자각이 생겨 모세의 주도 하에 자발적으로 일으킨 일종의 반란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억지 주장에 불과합니다. 애굽왕 바로는 장정만 해도 60만 명에 이르는 고급 노동력을 고스란히 잃게 될 것을 아쉬워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완강하게 버티어 오다가 장자의 죽음이라는 마지막 재앙에 이르러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마저 싸늘한 시체로 변하자 더는 버틸 수가 없어 마침내 두 손을 들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들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느닷없이 닫친 돌발 사건이었습니다. 만일 그들이 사전에 계획한 일이었다면 거사일 즉 D-day를 정했을 것이고, 음식도 미리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불시에 애굽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잡은 채 대기상태로 있다가 미처 발효되지도 않은 무교병(無酵餠)을 먹은 후 다급하게 애굽을 떠나야 했습니다. 한 마디로, 출애굽은 사전에 모의한 사건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가운데 일어난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유월절과 광복절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개입이 없이는 도저히 성사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출애굽 당시 애굽은 열강 중의 열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400년간 노예생활을 해오던 이스라엘 백성이 자력으로 해방과 자유와 독립을 쟁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일본은 서양의 열강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할 만큼 대단한 군사력을 뽐내던 나라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36년간 일제 강점 하에서 약할 대로 약해진 우리 나라는 스스로 독립을 쟁취할 힘이 없었습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강력한 일제의 질곡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배후에서 연합군을 움직여 일본을 징치하시고 우리에게 감격적인 해방을 선물로 가져다 주신 것입니다. 1943년 11월 27일,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처칠 수상, 중국의 장개석 총통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를 하게 되고, 급기야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20만 명이 일시에 죽임을 당합니다. 그러자 일본 천황은 할 수 없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비화(秘話)가 있습니다. 일본은 원래 8월 17일에 한국의 애국지사, 교육계 지도자, 종교계 지도자, 정계 지도자 20만 명을 죽이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도리어 자국 국민 20만 명이 일시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역설적인 사실입니다. 만일 해방이 이틀만 더 늦어졌더라도 우리 나라 각계 지도자들이 몰살당할 뻔했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런 와중에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친히 개입하셔서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하셨으니 정말 할렐루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값없는 선물이었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그만한 대가와 희생이 치러졌다는 사실입니다. 유월절 밤에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죄 없는 어린 양들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이 희생양은 곧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豫表)합니다. 우리가 애굽으로 상징되는 사탄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생을 얻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한 보혈의 공로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의 광복을 위해서도 알게 모르게 수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독립투사들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해 해외에서 활동한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곳 미주 한인동포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독립군의 군자금으로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닙니다(Freedom is not free.).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거저 주어지는 공짜 선물이지만, 그러나 그 값없는 선물을 위해 예수님의 값진 생명이 희생되었음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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