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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감사 강조의 달



한국에 있을 때 ‘불조심 강조주간’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에는 기간을 더 늘여 ‘불조심 강조의 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조심은 언제나 해야 하지만 자칫 잊어버리고 방심하기가 쉽기 때문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그러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감사도 1년 열두 달 늘 감사해야 하지만 자칫 잊어버리고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이 1년 목회계획을 세울 때 11월을 ‘감사의 달’로 정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에 익숙해진 이곳 미주한인교회들 중에도 11월을 감사의 달로 지키는 교회들이 많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11월에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들어있어서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구약성경의 시편은 유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느낀 체험들을 읊은 수많은 시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시들을 정선해서 모아놓은 일종의 시선집(詩選集)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정선된 150편의 시 가운데 찬양과 감사를 주제로 지은 시들이 가장 많습니다. 찬양과 감사는 동일한 정서의 뿌리에서 싹튼 두 개의 줄기와 같아서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을 섬겼던 이스라엘 민족은 삶 속에서 느끼는 감사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향한 찬양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의 분위기 속에서 살고있는 미국인들은 감사할 일이 생기면 ‘Thank God!’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고, 비단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Hallelujah!’라는 말을 마치 일상용어처럼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는 ‘"Praise the Lord."(주 여호와를 찬양하라)라는 뜻입니다. 미국에 TGI Fridays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 상호에서 TGI는 ‘Thank God, it’s Friday.’라는 말에서 첫 알파벳을 모은 말입니다. 한 주간의 직장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우리가 잠시만 생각해보아도 감사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요, 일어나서 숨 쉬며 거동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땅에서 걸을 수 있는 것도 기적입니다. 사실 우리의 인체 자체가 기적의 산물이요, 따라서 우리의 인체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중고(三重苦)를 겪었던 헬렌 켈러 여사가 쓴 “3일간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가 감사의 대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감사의 마음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편 중에서도 대표적인 감사의 시로 뽑히는 시편 136편이 감사의 대상을 생각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편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하늘과 땅과 모든 천체를 지으시고, 해와 달을 통해 낮과 밤을 주관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와 보존의 섭리에 대하여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모든 천체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제 자리를 지키게 하시고, 모든 피조물의 보존을 위해 섭리하고 계십니다. 산상수훈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공중의 새를 먹이시고 들의 백합화를 입히시는 하나님은 특히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해 태양과 달의 운행을 주관하고 계십니다. 미물인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이 없으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둘째로, 열 가지 재앙과 홍해의 기적을 통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광야를 지나는 동안에 중과부족(衆寡不敵)의 강력한 왕들과 싸워 이기게 해주시고, 그들의 땅을 기업으로 주신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에 대하여 감사하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입니다. 하나님은 구속사(救贖史)뿐만 아니라 인류의 세속사(世俗史)에도 일일이 간여하시는 역사의 주관자이십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갈등과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한 국가의 역사는 물론이요 한 개인의 역사(personal history)에도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장례식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처럼 하나님은 ‘인간의 생사화복(生死禍福)을 홀로 주관하시는 분’입니다.

셋째로, 모든 육체들, 즉 모든 피조물(every creature)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생물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먹이사슬도 모든 피조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의 한 단면입니다. 인간을 정의하는 말 중에 ‘homo economicus(경제적 인간)’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암시해주듯이 인간에게 먹고 사는 일은 정말 주요관심사입니다. 지금 한국의 대선정국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공정’인데, 이 말은 기본적으로 경제활동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대장동 비리 의혹’이 온 나라를 벌집 쑤시듯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요.

늘 그래야겠지만 특별히 감사의 달인 11월 한 달 동안에는 더욱더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에 대한 감사의 티끌들이 모여서 소확행(小確幸)의 태산을 이루게 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 우리 주변에 천지 삐까리로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 신학자인 몬테 피요르는 “Think and thank!”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think와 thank는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와 같은 Germanic Language 계열인 독일어도 denken(생각하다)과 danken(감사하다)이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Denken ist Danken(To think is to thank)”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특별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감사가 최고의 백신”이라는 말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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