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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우울증을 이겨냅시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리라 봅니다. 가족들과 친지들을 잃어버리고 슬픔 가운데 빠져 있는 자들, 평소에 자주 만나 수다도 떨고 식사도 함께 하던 만남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바람에 왕짜증을 느끼는 자들, 사업을 접어야 하거나 부진해서 또는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자들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울증(depression)을 보통 ‘마음의 감기’라고들 합니다.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듯이 우울증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매우 흔한 증세라는 뜻입니다. 우울증은 인간의 역사만큼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우울 증세는 잠재해 있습니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체질(temperament)을 네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우울질(Melancholia)입니다. 그래서인지 우울증은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산후 우울증, 주부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소아 우울증, 청소년 우울증, 노인성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심지어 ‘빈 둥지 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증세가 심해지면 그냥 간과해버릴 일은 아닙니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우울증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가요 경연의 열풍이 불면서 지난날의 가수들이 소환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선호하는 가수 중에 단연 김광석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이 천재적인 가수가 30대 초반에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울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는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좀 오래 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메릴랜드 주지사에 민주당 후보로 경선을 벌이던 더글러스 던컨이 갑자기 후보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일이 있었는데, 그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임상우울증(Clinical Depression) 때문이었습니다. 임상우울증은 만성적인 우울증세로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우울증(Major Depression Disorder, MDD)에 속합니다. 이러한 중증 Depression은 그저 단순히 마음이 울적하고 쓸쓸하다는 정도를 지나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반드시 적절한 대응이 따라야 합니다.



이 지역에서 한인사회를 섬기고 있는 워싱턴가정상담소가 상담 사례들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부부갈등, 이혼, 외도, 가정폭력,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한인여성이 늘어나고 있으며, 학교생활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충격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이 되면 허혈성 심장질환에 이어 우울증이 세계 질병부담율에 있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울증은 점차 보편적인 질병으로서 지구촌 전체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비록 처음엔 가벼운 증세라 하더라도 등한히 여기다 보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에 잘 다스려야 합니다. 마치 감기를 가볍게 생각하다가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발전해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처럼, 우울증도 경증(minor depression)이라고 해서 너무 가볍게 여기다 보면 자칫 병을 키워 중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속히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도 우울증을 경험한 자들이 여러 명 있습니다. 우선 욥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욥 하면 시종일관 믿음이 좋았던 인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그에게도 신앙적인 위기가 있었음을 성경은 여과 없이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자기연민에 빠져 문득문득 우울한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심지어 그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면서 자신의 생일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그는 하나님이 친히 개입하심으로써 실족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층 더 성숙한 신앙으로 거듭나 마침내 장수와 함께 갑절의 축복을 받는 해피 엔딩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불세출의 영도자 모세도 우울증세를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민수기 11장을 보면, 백성들이 광야에서 음식으로 인해 여호와와 모세를 원망하며 목놓아 울면서 악다구니를 칠 때 모세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분노와 원망과 불평을 쏟아내며 차라리 자기를 죽여 이런 험한 꼴을 보지 않게 해달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습니다. 그는 과중한 책임과 업무로 인해 완전히 탈진된(burned-out) 상태에서 우울증에 빠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과로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은 현대 정신의학자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의 호소를 들으시고 중간 지도자들을 세워 무거운 짐을 나눠지도록 배려하셨습니다.

다음으로 엘리야 선지자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는 갈멜산상의 장쾌한 승리를 위시해 수많은 기적을 베푼 초능력자로서 선지자 중의 선지자였지만,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세벨 왕후의 기세에 눌려 극심한 영적 침체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홀로 인적이 드문 먼 광야로 나가 로뎀 나무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이제 이만하면 됐으니 차라리 자기를 죽여달라고 하나님께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그야말로 신앙의 급전직하(急轉直下)이며, 이른바 ‘급성 우울증’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순간적으로 하나님의 시선을 놓칠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와 하나님을 강고하게 이어주었던 신앙의 연결고리가 그만 끊어지고 만 것입니다. 신앙의 완전한 정전상태(blackout)입니다. 마치 하나님이 자기를 내동댕이치시기라도 한 듯 자기연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의연하게 일어나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게 됩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길은 약물 복용을 비롯해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부작용과 후유증이 없는 가장 깔끔한 방법은 하나님께 앵글을 맞추고 다시 신앙의 기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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