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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내가 너의 집을 지어주겠다”



성경 전체를 ‘언약’의 관점으로 보는 언약신학(covenant theology)은 성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관점입니다. 언약신학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윗 언약’입니다. 오늘은 아브라함 언약과 함께 언약신학의 두 기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언약신학의 핵심이 되는 다윗 언약의 배경과 내용에 대하여 함께 상고해보려고 합니다.

다윗은 주변국가들을 평정하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하나님께 대하여 황송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기는 레바논에서 수입한 백향목으로 화려하게 지은 궁궐에서 평안히 지내고 있는데, 하나님의 궤인 법궤는 아직도 휘장(tent) 안에 초라하게 모셔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몹시 불편하고 송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이기도 한 나단 선지자에게 성전건축 의사를 내비췄었더니 나단은 두 번 다시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이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다윗과 나단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평화의 전당이어야 할 성전이 비록 본의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수많은 전쟁으로 피를 많이 흘린 다윗의 손을 통해 지어지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다윗 대신 ‘평화의 왕’인 아들 솔로몬을 통해 짓도록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역대상 22:6-10) “다윗이 그의 아들 솔로몬을 불러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전을 건축하기를 부탁하여 이르되 내 아들아, 나는 내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할 마음이 있었으나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피를 심히 많이 흘렸고 크게 전쟁하였느니라. 네가 내 앞에서 땅에 피를 많이 흘렸은즉 내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지 못하리라. 한 아들이 네게서 나리니 그는 온순한 사람이라. 내가 그로 주변 모든 대적에게서 평온을 얻게 하리라. 그의 이름을 솔로몬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그의 생전에 평안과 안일함을 이스라엘에게 줄 것임이니라.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전을 건축할지라.”



비록 하나님은 다윗이 성전 짓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지만, 그의 마음은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이것은 성전봉헌 낙성식을 앞두고 하나님께 올린 솔로몬의 기도 속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역대하 6:8에서 솔로몬은 “여호와께서 내 아버지 다윗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할 마음이 있으니 이 마음이 네게 있는 것이 좋도다.”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님은 성전을 건축하고자 하는 다윗의 마음을 잘못된 것으로 보시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할 다윗의 계획은 비록 하나님의 계획과는 달랐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마음을 가진 것은 참으로 가상하게 여기셨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교훈은 하나님의 NO!가 반드시 최종적인 거절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성전 짓는 일 자체를 거부하신 것이 아니라 다윗이 짓는 것을 거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 퇴짜를 맞고 난 후 다윗의 기분이 어떠했을까요? 보통 사람 같으면 기분이 나빠 토라졌을 것입니다. 서운하고 섭섭했을 것입니다. 어떤 부흥사가 마귀 중에 정말 센 마귀가 ‘섭섭 마귀’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섭섭한 마음이 들면 마귀의 속임에 쉽게 넘어가 시험에 들기 딱 좋은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웟인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아깝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을 치르느라 피를 흘렸는데 그걸 구실 삼아 거절하신다고요? 다윗이야말로 정말 시험 들기 딱 좋은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내보려는 공명심이나 자신의 힘을 과시해 보려는 허영심에서 성전을 지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황송한 마음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대한 사랑이 우러나서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진정성을 아셨기에 그의 마음만은 기쁘게 받으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윗은 일체 불평하지 않고 하나님의 NO!에 겸손히 Yes! 했습니다. 하나님께 퇴짜를 받은 후에도 다윗이 성전건축에 손을 놓지 않고 자기 아들 솔로몬이 차질 없이 성전을 지을 수 있도록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동기가 순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르난의 타작마당을 구입할 때도 거저 가지라고 했지만 하나님의 성전을 지을 터라고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습니다. 역대상 22장을 보면, 그는 죽기 전에 성전건축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라도 더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윗은 어린 솔로몬을 불러놓고 부디 성전건축에 정성을 기울이라고 신신당부하는가 하면, 문무백관을 불러모아 놓고 성전건축에 적극 협력할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풍성한 성전건축 헌금에 감동하며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바로 이러한 진정성 때문에 하나님도 감동하셔서 그를 가리켜 ‘내 마음에 합한’(a man after my own heart) 자라고 칭찬하셨을 것입니다. 이러한 다윗에게 하나님은 그의 가문에서 왕위가 끊이지 않을 것임을 약속해주셨고, 신학자들은 이것을 가리켜 ‘다윗 언약’이라고 명명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집을 지어드리려는 그의 갸륵한 마음을 보시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그에게 ‘내가 너에게 영원한 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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