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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반미주의자 오르테가·무리요 부부 “철권통치 예고”

정적 차례로 제거 후 치른 선거…정·부통령 재선 성공 확실시 ‘독재 타도’ 게릴라 반군서 ‘중남미 최장수 정부 수반’ 독재 발판 마련

지난 7일 실시된 니카라과 대통령 선거 및 총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75) 대통령과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70) 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면서 ‘철권통치’를 예고하고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집권 산디니스트 민족해방전선(FSLN)이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79년 국가재건위원회를 이끌며 권력을 잡았다. 이후 1985년 대선에서 당선해 1990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 데 이어, 2007년부터 3선에 성공해 15년간 집권해왔다.

부인 무리요 여사는 2005년 오르테가 대통령과 정식으로 결혼해 2007년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오다, 오르테가 대통령이 장기집권의 길을 닦은 2016년 부통령으로 출마, 당선해 국정에 직접 참여해왔다.

니카라과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이번에 4선에 성공해 내년 1월10일 취임하게 되면, 오르테가 대통령은 총 집권 기간 30년을 넘기며 중남미 ‘최장수 정부 수반’에 등극하게 된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정부에 반대하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중퇴 후 FSLN에 참여하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2살이 되던 1967년에는 은행 강도 혐의로 수감돼 7년을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모두 소모사 친미 독재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일이다. 스페인 식민지에서 벗어나 신생 독립국가를 꿈꾸던 니카라과에는 1936년 미국의 막후 지원 하에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소모사 정권이 들어섰고, 조카와 아들로 이어지는 족벌체제는 1979년 혁명 때까지 약 40년간 지속됐다.

이 소모사 정권의 마지막 수반인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정부를 무너뜨린 주역이 바로 오르테가 대통령이었다. 산디니스트 혁명으로 FSLN이 정권을 잡자, 오르테가 대통령은 사실상 정부 수반이 됐다. 이후 1985년 선거를 열고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했다.

그러나 1990년 대선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이 비올레타 차모로에게 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바로 이때부터 2006년 선거로 다시 정권을 잡기까지 16년간 전의를 다지며, ‘다시 정권을 잡게 되면 놓지 않으리’란 다짐을 키워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18년 4월 일어난 대규모 반대시위는 오르테가 대통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수개월간 지속된 시위에 지지자들과의 충돌 및 군·경의 진압으로, 약 320명이 사망하고 10만여 명이 미국과 코스타리카 등으로 망명했으며, 150여 명은 아직 수감 중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결국 이번 선거를 앞두고 크리스티아나를 포함해 야권 유력 후보 7명 등 야당 정치인·운동가·언론인·경제인 37명을 투옥, 정적을 사실상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크리스티아나 등은 현재 ‘조국 배반’ 혐의로 수감 중이다.

부인 무리요 부통령은 목화 농부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과 스위스에서 공부한 엘리트 출신으로, FSLN을 있게 한 니카라과 혁명가 아우구스토 산디노 장군과 친척이다. 열 여덟 나이로 FSLN 게릴라에 가담해 소모사 정권에 의해 투옥되기도 했고, 1977년 코스타리카 망명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네 번째 남편 오르테가를 만나 슬하에 일곱 자녀를 뒀다.

외교가에서는 오르테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데, 혹시 그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무리요 부통령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한다. 약 40년간 이어진 소모사 족벌정권을 무너뜨린 오르테가 자신이 장기 독재의 ‘괴물’로 돌아온 셈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니카라과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