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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춥다…” 김홍빈 대장의 마지막 ‘구조 요청’


광주산악연맹 발표 토대로 김홍빈 대장 실종 상황 재구성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해발 8047m 높이의 브로드피크를 완등한 후 하산하다 실종됐다.

김 대장은 전문 등반 조력자인 네팔 셰르파의 도움 없이 하이 포터 4명과만 등반했다. 홀로 내려오다 조난을 당했고, 구조 도중 김 대장 스스로 로프를 타고 오르다 줄이 끊어지며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광주시산악연맹의 발표를 토대로 김 대장의 실종 상황을 재구성했다.

김 대장은 17일 오후 11시쯤(현지시각) 해발 7500m 지점에 있는 캠프4를 출발, 정상을 향한 등반을 시작했다.

등정에는 김 대장과 대원 3명, 하이포터 4명이 동행했다. 등반기술이 뛰어난 전문 셰르파는 동행하지 않았다.

보통 히말라야 등반에는 전문 등반 조력자인 셰르파와 고지대에서 짐을 나르는 하이포터가 동행한다.

하지만 하늘길이 막히면서 네팔 셰르파가 파키스탄 쪽으로 넘어오지 못했고, 산소도 구입하기 어려웠다.

브로드피크보다 더 험난한 산도 등반한 경험이 있던 김 대장은 셰르파 없이 등반하기로 했다.

김 대장은 등반 전 “네팔에서 셰르파나 산소가 올 수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정말 등반다운 등반을 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김홍빈(57) 대장이 하산 도중 사고를 당해 실종됐다.
광주산악연맹은 19일 밤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 중 마지막 브로드피크(8047m) 등정에 나섰던 장애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19일 하산 도중 실종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네팔 카트만두로 떠나는 비행기 탑승에 앞서 로체 원정대에 대한 기대감과 소감을 이야기하는 김홍빈 대장. 2021.7.20/뉴스1

캠프4를 출발했으나 7700m 지점에서 크레바스(빙벽 갈라진 틈)에 직면했다. 크레바스 루트를 진입하는데 6시간이 지체됐고, 정하영 촬영감독은 캠프4로 하산했다. 정득채 대원은 정상 근처까지 갔다가 내려왔다.

김 대장은 하이포터 4명과 정상으로 향했다. 출발 18시간 뒤인 18일 오후 4시58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고봉인 브로드피크 등정에 성공했다.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완등 소식을 전한 김 대장은 하산을 시작했다. 동행한 하이포터 4명이 먼저 내려왔다.

히말라야는 등산보다 하산이 위험하다. 조난사고의 90% 이상은 하산하다 발생하다 보니 대원들끼 줄을 묶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임형칠 광주전남등산학교 이사장은 “줄을 같이 묶을 경우 한 명이 떨어지면 나머지 4명이 잡을 수 없고 더 많은 사고가 나기 때문에 하산시에는 개별적으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하이포터 1명이 캠프4에 먼저 도착했다. 3시간 뒤에 나머지 하이포터 3명이 내려왔다. 김 대장은 내려오지 않았다.

캠프4에 있던 정하영 촬영감독이 하이포터들에게 “왜 당신들만 내려오느냐”고 물었다. 하이포터들도 먼저 내려와 김 대장의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 감독은 곧바로 베이스캠프에 연락해 김 대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까지 김 대장의 조난소식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19일 0시쯤 김 대장이 해발 7900m 지점 크레바스(빙벽이 갈라진 틈)에서 떨어져 조난당했다는 사실은 5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알려졌다.

19일 오전 5시55분쯤 한국에 있는 후배 조모 추진위원에게 위성전화가 걸려왔다. 김홍길 대장의 구조 요청 전화였다.

무전기가 있었지만 작동이 안돼 베이스캠프나 캠프4와 연결이 되지 않았고, 위성전화를 사용한 것이었다.

“내가 볼이라는 위치에서 조난을 당했다. 구조 요청을 한다. 밤을 샜다. 주마 2개와 무전기가 필요하다.”

조 위원은 “위성 전화기 배터리는 충분하냐”는 등의 대화를 나눴고 김 대장은 “많이 춥다”며 전화를 끊었다.

구조 요청을 받은 조 위원은 파키스탄 베이스캠프로 연락했다. 베이스캠프에 있던 각국의 연락관 4명이 모여 7800m 지점의 루트를 수색하도록 했다.

러시아 구조대 3명이 출발했고 오전 11시쯤 칼날능선의 크레바스 밑에 떨어져 있는 김 대장을 발견했다.

칼날능선의 왼쪽편은 파키스탄령, 오른편은 중국령인데, 중국령 절벽 구간이었다.

러시아 구조대원 1명이 내려가 물을 제공한 후 구조활동을 펼쳤다.

구조대원 3명이 8mm 로프를 설치하고 김 대장을 끌어올렸다. 경사진 구간 15m정도는 당겼으나 급경사 구역은 올릴 수 없었다.

김 대장은 직접 로프를 타고 올라가겠다며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몸을 지탱하며 올라갔으나 얼어있던 줄이 끊어지며 추락했다.

러시아 구조팀은 오후 1시42분쯤 김 대장의 추락 사실을 베이스캠프에 알렸다.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 회장은 “보통 11mm에서 13mm 자일을 쓰는데, 자일이 워낙 비싼데다 고지대에서 줄이 길고 짐 무게가 있어 8mm짜리 일반 줄을 가져갔다”며 “줄이 가는 데다 얼어 있어 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 대장이 추락한 곳은 중국령의 암벽구간이다. 높이가 1000m에서 1500m 이상 되는 곳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산악연맹은 외교부를 통해 파키스탄 대사관에 구조헬기를 요청했고, 현지 원정대와 파키스탄 정부가 협조해 수색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피길연 회장은 “대기 중 산소농도가 희박하고 18시간 걸려 올라가 10시간 걸려 거의 내려왔는데 밤을 새워 비박했다는 건 초인적”이라며 “골든타임은 날씨와 등반 상황, 체력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준배 기자 nofatejb@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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