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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유리병 편지’ 띄운 10대…2년 후 MD에서 5150km 멀리서 생긴 일

사샤가 낚시를 통해 잡은 물고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웨인 스미스 페이스북 사진 제공)

세상 떠난 친구와 2019년 던진 유리병 편지 “세상 떠난 친구가 새로운 인연 맺어줬다”

한 소년이 친구와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바다로 보낸 ‘보틀레터(Bottle Letter)’가 2년 반이란 시간 동안 약 3200마일(약 5150km)를 이동한 뒤 아일랜드의 한 중년 부부에 의해 발견돼 화제다.

2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년 부부는 편지에 적힌 정보를 바탕으로 수소문해 소년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소년은 그 연락을 통해 숨을 거둔 친구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친구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중년 부부가 병 안에 든 편지를 발견한 건 지난 5일이었다. 중년 부부는 휴가를 맞이해 아일랜드 북서부의 한 해변가를 걷고 있다가 해안으로부터 밀려온 유리병 한 개를 발견했다.

병 안에는 편지와 함께 1달러짜리 지폐 두 장이 담겨있었다. 이 보틀레터에 흥미를 느낀 부부는 병 안에 든 편지가 젖지 않도록 모닥불에 유리병을 말렸다.

하룻밤이 지나고 나서 부부는 병 안에 든 쪽지를 꺼냈고 그 편지가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당시 11살 소년 ‘사샤’로부터 온 것임을 알게 됐다.

편지지에는 사샤가 사는 곳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낚시라는 것, 그와 친한 친구가 ‘웨인, 스톤, 리사’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샤는 또한 편지지에 ‘나는 낚시를 매우 좋아하며 활동적인 사람이다. 이 편지를 보면 제발 연락을 해달라’고 적었다.

부부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 편지를 읽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 편지는 단순했지만 참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편지에 감동한 부부는 편지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이 번호는 더 이상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회신만 왔고 그들은 실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부부는 사샤라는 소년과 연락을 취하고 싶었다. 그가 보낸 유리병 편지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부부는 인터뷰를 통해 “유리병 편지를 발견한 것은 우리 일생에서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며 “사샤를 찾아 ‘세상이 꽤 좁은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이후 소년의 이름과 그가 사는 곳이 메릴랜드주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에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부는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오션시티 신문사에 연락을 취했고 신문사 소속 기자에게 사샤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다행히 기자는 지인을 통해 지난 14일 사샤의 부모님과 연락이 닿았고 사샤와 중년 부부를 연결해줬다.

사샤(14)의 아버지인 블라드 욘야크(45)는 아들이 아일랜드에서 유리병 편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편지를 발견한 건 사샤에게 단순한 행복 그 이상이었다”며 “그는 이 소식을 통해 친구와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샤의 아버지에 따르면 사샤가 2019년 여름 대서양으로 떠나보낸 그 유리병은 그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었다.

사샤는 오션시티에 있는 바이아 마리나에서 자신의 친구이자 이웃인 웨인 스미스와 함께 그 병을 발견했다.

사샤와 웨인은 51살의 나이 차가 나지만 낚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 친하게 지냈는데 두 사람은 낚시를 하다가 유리병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달라’는 쪽지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두 명의 미국 여성으로부터 온 이 쪽지를 읽은 뒤 이 유리병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주기로 결심했다. 이후 사샤는 집에 가서 자신과 관련한 내용을 편지에 적은 뒤 이를 유리병 속에 넣었다. 2주 후 스미스와 함께 보트를 타고 오션시티 해안에 낚시를 하러 간 사샤는 그곳에서 유리병을 힘껏 던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 지난해 8월 사샤의 친구인 웨인은 64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죽음으로 한동안 슬픔에 잠겼던 사샤는 최근 유리병 편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놀랐다.

사샤는 “예전에 유리병을 던졌을 때 나와 사샤는 그것이 아일랜드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이 소식을 듣고 감동했다”고 밝혔다.

사샤의 아버지는 그러면서 ‘중년 부부가 편지에 적힌 번호로 연락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샤가 편지지에 적은 번호는 당시 웨인의 번호였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번호가 지워진 것이었다.

사샤의 아버지는 “사샤와 웨인은 서로에게 아주 좋은 친구였다”며 “사샤는 우리에게 웨인과 함께 유리병을 바다로 떠나보냈던 추억이 둘 사이에 큰 유대감을 줬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샤에게 연락을 건낸 중년 부부는 “유리병 뒤에 숨겨진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이 뜻밖의 발견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사샤가 여전히 슬픔에 잠겨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웨인이 우리와 사샤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샤와 그의 가족도 중년 부부의 이런 말에 동의하면서 “웨인이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지만 그의 행적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사샤의 아버지는 또한 “이 병이 과거의 우정을 상징하지만 또 새로운 우정의 시작을 상징하기도 한다”면서 “중년 부부(마론과 시몬드)가 웨인처럼 우리 옆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샤의 가족과 중년 부부는 최근까지 전화상으로 계속해서 소통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사샤의 가족은 조만간 중년 부부가 유리병을 발견한 곳을 찾으러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중년 부부는 사샤가 아일랜드로 올 때까지 그 유리병을 가지고 있다가 이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쓴 편지를 유리병에 담아 다른 곳으로 보낼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mine12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